3 부자 배낭여행 다시 쓰기-붕따우
두 아들과 배낭여행은 2024년의 새해를 여는 1월의 첫날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은 이제껏 했던 여행과는 달리 두 아들을 돌보면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약간의 긴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비행기를 타고 첫 여행지에 도착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두 아들의 엄마가 버스터미널에 우리 셋을 내려 주고 격려의 포옹을 한 뒤 떠나가면서 배낭여행은 시작되었다. 새벽 버스라 버스에서 두 아들은 잠에 빠졌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린 버스는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탁 트인 공간 위로 새해의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념사진을 찍고 여행을 시작했다.
호찌민으로 가는 김해공항발 베트남항공 보잉기는 제시간에 활주로를 이륙하여 목적지로 향했다. 아이들은 화면으로 게임 몇 판 하더니 기내식이 나오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기내식이 나와도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둘째는 기내식을 대신 받아놓고 일어난 뒤에 점심으로 먹였다. 5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는 첫 목적지인 붕따우의 경유지인 호찌민시에 도착했다. 20분 만에 끝난 김해공항의 출국수속과는 달리 1시간이 넘게 걸려 입국수속이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란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1월 한파의 대한민국에서 건조한 여름 같은 호찌민의 날씨로 우리의 배낭여행은 시작됐다.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붕따우행 미니버스가 모여있는 10번-11번 기둥 사이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향하니 아직 인원이 차지 않은 미니버스 기사가 붕따우를 가느냐고 물었고 어렵지 않게 우리는 붕따우행 미니버스를 탑승하게 되었다. 안마의자에 USB는 기본이고 와이파이까지 되는 차량도 있었지만, 시간이 중요한 배낭여행자의 입장에서 가장 빠른 버스에 탑승했다. 같이 탄 일행도 한국인이었는데, 단란해 보이는 엄마, 아빠, 아들 딸이었다. 왠지 엄마 없는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차는 2시간을 달려 붕따우 숙소 앞에 친절하게 도착했다. 숙소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저렴한 1박 12,000원짜리로 호찌민시와 달리 숙박비가 많이 저렴했다. 붕따우는 딱 24시간만 머무르는 일정으로 붕따우에 대한 맛보기 여행의 의미가 강했다.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3명이서 타고 ATM에서 돈을 인출하여 배낭여행 첫 번째 현지식 식사를 하러 큰 식당에 들렀다. 기내식 밖에 먹지 못해서인지 배낭여행의 첫 현지식이어서 인지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식사 후 붕따우에서 해야 할 2가지인 예수상 관광 및 이발소 방문 중 이발소 방문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만원 정도 내고 머리를 깎고, 손발톱을 다듬고 귀 청소도 하는 시스템의 이발소였다. 이곳을 가기 위해 아이들과 나는 두 달이 다 되도록 머리를 깎지 못하고 버텼었다. 휘황찬란한 간판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한 이발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호찌민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이발소는 정작 이발은 안 하고 귀청소와 얼굴팩, 마사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붕따우는 이름에 걸맞게 이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머리스타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보여주며 붕따우의 첫 번째 여행 목표였던 이발소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머리를 깎고 두 아들과 나는 다시 해변이 있는 중심지로 이동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같이 음력설을 지내는 사람이 많지만, 새해 1월 1일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많아 붕따우 해변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해 밤에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밤거리를 지나다 들른 성당과 바닷가의 조형물,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피곤했지만 배낭여행 첫날의 들뜬 마음과 함께 붕따우의 새해를 즐겼다. 숙소에 돌아와 사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배낭여행 첫날을 무사히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 목표는 붕따우를 대표하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예수상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가는 길 자체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한참을 헤매다 예수상이 있는 산의 중턱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20여분의 등산을 통해 예수상에 다다랐다. 붕따우 예수상은 붕따우의 최대 관광지라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기도 하고, 붕따우엔 그만큼 볼거리가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뇨산 정상에 32m의 조각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복잡하지만, 붕따우에 들렀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볼 만한 곳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없고 입구에 기부함이 있어 예수상 내부로 꼭대기까지 올라 붕따우 시를 보고 내려오면서 소정의 액수를 기부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예수상을 둘러보고 산 중턱에 세워둔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오며 오토바이 키를 찾았는데 오토바이 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잃어버렸거나 오토바이에 키를 놔두고 올라온 것 중 하나인데 여행 시작부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중턱까지 내려와 오토바이 쪽을 바라보니 오토바이는 문제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 키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두근 거리며 오토바이 쪽으로 가니 다행히 키가 오토바이에 꽂힌 채 2시간 동안 무사히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첫날을 잘 보냈다는 마음에 다소 풀어졌던 마음을 다시 다잡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붕따우에서 유명하다는 오징어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오늘 아침에 표를 미리 끊어 놨기 때문에 아침을 먹고 붕따우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차를 한 잔 하고 짐을 싼 후 붕따우를 떠나면 붕따우의 여행은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다. 오징어 쌀국수를 파는 식당으로 가서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 숙소에 돌아와 아이들을 내려놓고 카페를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아들 둘이 싸우기 시작했다. 첫째를 나무라고 기다리고 있으라 한 후 카페의 위치를 정확히 찾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본 후 10분이 지나 숙소 앞에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첫째는 보이지 않고 둘째만 숙소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둘째 말에 형이 삐쳐서 혼자 나갔다고 했다. 첫째의 첫 가출이 머나먼 타국 베트남의 한적한 해변 도시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 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를 기점으로 온 동네를 찾아 헤맸지만, 첫째는 보이지 않았다. 끊었던 담배를 물고 여기저기 찾는 동안 1시간이 지났고, 배를 타기 위한 시간은 2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으로 여행은 끝이 나는 것인가 하는 순간 첫째에게 문자가 왔다. 아이들은 wifi 환경에서만 문자가 되었고 첫째가 문자를 다시 안 보낼 것을 대비하여 친절하게 답장을 했고, 첫째를 표를 끊으러 간 선착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화가 나서 크게 나무라고 싶었지만, 걱정에 휩싸여 말없이 첫째를 태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살면서 가장 맘이 덜컹 내려앉았던 순간이었다. 일어난 일을 들춰봐야 나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결정적으로 시간도 모자랐다. 카페에 가서 계획대로 차를 한잔씩 마시고,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 주인과 인사를 한 후 페리 터미널로 그랩택시를 불러 타고 붕따우를 떠나기 위해 선착장으로 출발했다. 여행의 시작이 좋았다고 생각했던 첫날과 악몽 같은 둘째 날이 섞여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떨쳐내야 했다. 이곳은 일상이 반복되던 집이 아니고, 아직 우리에겐 29일의 배낭여행 기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첫째의 가출로 기록될 붕따우의 1박 2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페리를 타고 남중국해를 거쳐 메콩강을 거슬러 2시간을 달리면 두 번째 목적지인 호찌민시에 도착한다. 짧은 기간 엄청난 경험을 한 도시 붕따우... 영원히 잊지 못할 장소이며,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이다.
https://youtu.be/oEaGxpEFHsE?si=HCJz4nj6uIKZa9-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