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작별

by 강지영

세상 모든 작별은 아쉽고, 섭섭하고, 슬프기만 한 줄 알았다. 그날 그 일이 있기 전에는. 비워진 가슴 한 편을 채워주는 뿌듯함이 있었기에 작별도 기쁨이 되었다.


며칠 전 점심시간이었다.

"선생님, 최고야(가명)가 전학 간대요."

"어, 진짜?"

고야를 불러서 물어보니 진짜라고 한다. 내일까지만 학교에 온다고 한다. 느닷없이 한 학생이 전학을 간다는 말을 듣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석 달 동안 학급을 운영하면서 고야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고야는 매사에 긍정과 행복의 아이콘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신나게 색칠했다. 협동작품을 만들 때도 모둠원을 격려하는 말을 하여 사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잘했어." "좋은 생각이야." 등의 말을 하면서 즐겁게 만들었다. 고야의 긍정적인 말투나 행동은 얼굴에도 나타났다. 고야의 얼굴에서는, 나 행복해요. 기분 좋아요, 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이런 학생이 한 명이라도 교실에 있으면 교사는 신이 난다. 밥은 또 얼마나 잘 먹는지. 밥공기에 담으면 고봉이 될 만큼 잘 먹는다.


어느 날엔가, 연구실에 가서 무거운 준비물을 가져와야 했다.

"얘들아, 무거운 준비물을 가져와야 하는데 말이지. 내가 힘 좀 쓴다, 하는 사람은 나 좀 도와줄래?"

하니, 고야는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고 나온다.

"힘쓰는 일은 문제없어요. 제가 힘 좀 쓰죠. 헤헷!"

하고 앞장선다. 고야가 나오면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몰려온다.


고야는 친구도 가리지 않고 사귄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는다. 키가 큰 아이 키가 작은 아이 가리지 않는다. 몸이 약한 아이 강한 아이 가르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 구분하지 않는다. 축구를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따지지 않는다. 복도에서 걸어가다 부딪쳐도 남 탓하지 않는다. 다른 친구의 가방에 걸려 넘어져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모두가 친구다. 이런 학생, 흔하지 않다. 딱 하나, 단점이 있다면 글쓰기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다만, 싫어하는데 대 놓고 티는 내지 않는다. 그에게도 싫어하는 게 있다는 걸, 나만이 안다.


그런 고야가 전학을 간단다. 다음 날, 고야가 우리 교실에 있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얘들아, 고야가 전학을 가는 거 알고 있지?"

"선생님, 우리 파티해요. 이별 파티!"

"야, 이별하는데 무슨 파티야."

"선물이 없는데, 무슨 파티?"

여기저기 의견이 분분하다. 각자의 경험치에서 말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얘들아, 선생님이 파티 준비를 하지 못했어. 그 대신 우리 마음의 선물을 하자."

"마음의 선물요? 어떻게요?"

"으음, 편지를 쓰는 거야. 고야가 오래 간직할 수 있는 편지를 말이야. 고야와 있었던 추억을 담아서 말이지."

하고 나는 아이들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고야에게 편지 쓰는 일을 싫어할까 봐. 다행히도 모두 글 쓰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표정이 그랬다. 교실이 밝아졌다.

"그럼, 고야는 누구에게 써요?"

"으음, 그건... 아하, 고야는 나에게 쓰는 거야."

하고 나는 고야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야가 웃고 있었다. 편지건 뭐건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던 고야였다. 그런 고야가 나에게 편지를 쓰라는 말에 '긍정'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24명 모두는 고야에게 편지를 쓰고, 고야는 나에게 편지를 쓰고, 나는 고야에게 편지를 썼다. 모두가 진지한 시간이었다. 석 달 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나는 기뻤다.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편지에 내 편지를 얹어서 고야에게 주었다. 고야는 나에게 자기가 쓴 편지를 준다. 글쓰기와 받아쓰기를 어려워했던 고야가 짧은 시간 동안에 편지를 써왔다. 내용도 좋다. 나에게 오래 살라는 덕담까지 했다. 맞춤법도 거의 완벽하다. 이제까지 보았던 고야의 어떤 글씨 보다도 정성스럽다. 교사의 보람이 이런 거다. 교사만이 알 거다. 작별의 시간도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구나, 하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고야의 손을 잡았다. 말캉한 고운 손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고운 손으로 고야는 자기의 꿈을 이룰 것이다. 안녕, 잘 가라.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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