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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참 Jul 13. 2023

“우주가 (우주를) 도와주께!“ :나를 도울 사람은 나

우주의 언어, 29개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손만 열심히 뻗으면 원하는 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행운을 지니고 있다. 물론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인 <이기적 진실>에 따르면 어떤 분야이든 또 어떤 주제이든 정보와 정보끼리의 대립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대로 정보를 취사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독서와 공부가 자신 스스로의 가치관대로만 해석되지 않을 수 있게 늘 경계하고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막상 이 글을 쓰다 보니 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구나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 유난히 올곧게 내 가치관대로만 읽어나가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육아’다.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이에게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서인지 유난히 육아에 대한 정보는 웬만하면 내 믿음을 끼고 읽게 되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서적, 아니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육아 전문가들의 유튜브만 보더라도 정보가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과 문화만이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의학적인 지식마저 클립마다 다른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아이를 낳은 직후에는 아이와 정서적으로 분리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어서 그런지 이런 대립하는 정보의 홍수에서 더욱 허우적거리곤 했다. 도대체 뭐가 맞는 정보인지 나 스스로가 불안하니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우주가 조금 더 자라고 우주와 건강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면서는 내가 믿고 싶은 정보들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마음 한 켠의 바구니에 하나씩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정보가 많아 혼란스럽다면 찐전문가의 책이나 영상만 참고하면 되는 것 같다. 육아하면서 엄마에게 주어진 개인 시간은 극히 적다. 고로 퀄리티 있는 정보 위주로 접하는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의 경우 소아과 의사분들이나 아동심리학자들, 교육학 전문가들이 만든 책이나 영상을 찾아봤던 것 같다. 물론 육아 선배들이 찍은 영상이나 블로그글도 같은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라 엄청난 도움이 된다. 다만 ‘이 시기에 아이가 이런 행동이 당연하구나!’라는 안심을 할 때만 사용했고, 육아 선배들의 경험담 자체만으로 내 육아의 방향성을 결정짓지는 않았다.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 중 오은영 박사님의 영향 아래 없는 엄마는 드물 것이다. 정말 우리는 개는 강형욱, 애는 오은영이 공식화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 또한 이 시대의 평범한 엄마이기에 오은영 박사님의 책들을 읽고, 짧게 정리된 클립들을 참고하며 육아를 하고 있다. 가끔은 엄마라는 존재가 이렇게나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을 알았다면 깊은 고민 없이 임신 준비를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엄마에게 주어지는 의무와 역할은 내겐 예상보다도 훨씬 어렵다. 내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며, 따뜻하게 말해야 하고, 또 아이에게 시기에 맞는 발달 자극을 줘야 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냥 60점짜리 엄마만이라도 되어보자!라고 다짐했는데 육아라는 끝없는 시험의 난이도는 60점 맞기도 하늘에 별따기구나 싶다.


사설이 길었는데 내가 오박사님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얼마 전 본 영상 때문이다. 요즘 우주는 혼자서 하는 것이 맛 들렸다. 어린이집에 빨리 가야 하는데 스스로 시도하다 보니 지각하기 일쑤고, 놀이도 나와 남편이 리드하지 못하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아이가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일을 직면할 때면 나와 남편은 지켜보다가 조금씩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부모는 아이를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어서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지니고 육아를 하는 와중 오은영 박사님 클립이 뜨는 거다. 한번 지나간 영상이라 지금 다시 제대로 찾으려니 어려운데, 영상에서는‘부모는 아이를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해나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는 비슷한 것 같지만 엄청 다르다.


내가 우주에게 “엄마가 도와줄게!”하는 것과 “엄마랑 같이 해볼까?”하는 건 정말 다르니까. 생각해 보니 아이를 도와준다는 개념에는 우주를 작고 주체적이지 못한 아이로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다. 반면 함께 해보자는 의미는 엄마도 부족한 존재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과 독립적인 존재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말 하나에도 철학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자주 써나가며 습관화시켜야겠다.


















우주에게는 콩순이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는 우주가 밀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인데 유독 문 한 짝이 삐걱거려 잘 열리지 않았다. 어른이 나도 여는 게 힘들 정도였다. 내가 우주에게 “우주야 엄마가 도와줄까?”라고 하니(이때는 앞서 말한 영상을 보기 전이었다.) 우주가 말했다.


“엄마 우주가 (우주를) 도와주께!

할 수 이따!!! “ 하는 거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엄마, 아빠는 우주와 함께 해나가는 거지만 우주는 우주 스스로를 도우며 살아야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장 격려하고 도와야 할 것은 나다. 스스로를 돕는 자들이 함께 해나가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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