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 승리 연설

2016년 트럼프 vs 2020년 바이든

by 염철현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는 후보자가 270명의 선거인단을 얻는 순간 당선인 신분으로 바뀐다. 270은 매직넘버다. 승자는 상대 후보 패자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는다. 패자의 축하 전화는 승리 연설(victory speech)에서 언급된다. 진영 간의 거친 싸움이 승복의 아름다운 문화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2016년 11월 트럼프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했을 때 상대 후보 힐러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상황이 바뀌어 이번에는 패자인 트럼프가 승자인 바이든에게 축하 전화를 할 차례다. 미국 선거 문화의 정수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합법적인 투표만 계산하면 자신이 이겼다. 승리를 빼앗겼다"라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실지로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주법원에 소송을 내고 있다.


대통령 당선 승리 연설을 자세히 보는 것은 연설문 내용이 곧 향후 4년 임기 중의 국정 철학과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국민 공약이다. 당선의 축제와 함께 국민 앞에서 약속을 하는 엄숙한 시간이다. 트럼프 승리 연설과 바이든 승리 연설을 들여다보았다.


2016년 11월 트럼프 연설 내용이다. 서두는 의례적이다. "단합된 미국, 하나 된 미국을 외치면서 분열의 상처(the wounds of division)를 치유하고 함께 나가자." 연설 내용의 주요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공정한 거래를 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s interest first)에 입각하고, 동맹과도 위대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마지막 내용은 온통 자신의 선거 운동을 도와준 참모와 유력 인사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채워졌다. 마지막 내용은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음미해볼 만하다. "여러분은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2020년 11월 바이든 연설 내용이다. 역시 서두에서는 감사 인사와 분열이 아니라 단합된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후부터는 트럼프 연설 내용과 많은 차이가 난다. "미국인의 비전, 즉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고, 국가의 버팀목인 중산층을 재건하고, 국내적으로 단합하고 국외적으로는 존경받은 미국을 만들겠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어젠다를 몇 가지로 정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 부강, 가족건강보험, 인종 정의를 세우고 구조적 인종차별주의를 뿌리 뽑는 것, 기후변화 대책, 품격 회복, 민주주의 보호, 공정한 기회 제공"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연설한 시점의 미국 국내외적인 환경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점은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 연설문의 전체적인 맥락을 쫒아가면 국정 철학과 방향의 깊이가 확연하게 다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출하는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이 승리 연설에서 '국가의 품격 회복', '민주주주의 보호'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상식을 언급한다는 것이 오늘날 미국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인가를 알 수 있다.


트럼프는 다분히 자기 과시적이고 마초적인 기질이 강하다. 이렇게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의 연설을 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전제로 깔고 어떻게 다른 국가와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의 모순과 어폐를 알고서도 말한다. 승리 연설에서는 '거래'를 들먹이는 트럼프식의 솔직담백한 비즈니즈다. 바이든은 노련한 정치가답게 모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고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지려는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상대방과 공감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바이든은 모든 미국인의 구성에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당파, 진보, 중도, 보수, 남녀노소, 도시, 교외, 농촌 거주자, 동성애자, 성전환자,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인디언 등 미국을 구성하는 국민들을 포함시켰다. 트럼프는 달랐다. 그의 연설문에서는 공화당원, 민주당원, 무당파만 언급하고 만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파적인 이념과 가치일 수 있지만, 승리 연설문마다 보이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국민도 있다.


바이든은 미국과 전 세계가 엄중한 시점에 대통령직을 맡게 되었다. 바이든이 약속한 서너 가지에 주목한다. 코러나 바이러스 통제, 미국의 품격 회복, 민주주의 보호, 구조적 인종 차별주의 종식 등. 피라미드 꼭대기에 놓여야 하는 약속은 '미국의 품격(decency) 회복'이 아닐까 싶다. 78세 남성 대통령과 56세 여성 부통령의 콤비네이션을 기대한다. 미국병에 대한 진단은 내려졌다. 팩스 아메리카의 지속 여부는 앞으로 4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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