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비좁음이 준 구원과 순수의 착각

창작 소설 - 곰팡이의 꽃말

by 제이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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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다. 잘못하면 내 말 한마디에 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때 그 비좁음이 도리어 날 구원해 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오른편에 작은 식탁이 보였고 갖가지 음식들이 차려지고 있었다.


"우아. 뭘 이리 많이 하셨어요. 냄새가 아주...배가 고프네요."

"아고! 그래? 다혜 방에 들어가 있어. 금방 끝나."


내게 이 좁은 집이 준 선물은 또 있었다. 집이 워낙 좁았기 때문에 거실에는 내가 앉아있을 공간이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결혼 전 인데도 불구하고 합법적으로 다혜랑 단 둘이 다혜의 방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었다.


사실, 여자의 방을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기때문에 나름대로의 '여자 방'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다혜의 방문은 옆으로 밀어내는 문이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앞으로 여는 문이었으면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므로...


방으로 들어서자, 여자 방에서 나리라고 생각했던 향기는 없었다. 그저 이 집 전체에 짙게 묻어있는 곰팡이 냄새 뿐이었고 책상하나, 바닥에 놓인 프레임없는 매트리스, 그 매트리스에 바짝 붙어있는 4단짜리 서랍장 하나가 전부였고, 다녀야 할 공간은 발을 한 발씩 일렬로 놓아야 겨우 다닐 수 있었다.


나는 그 프레임도 없는 매트리스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내가 다혜보다 몸무게가 나가서 그런 것인지, 스프링이 나간 것인지, 그도 아니면 애초에 이 매트리스가 싸구려였는지 몰라도 엉덩이가 푹 하고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방 안은 비좁았지만, 오히려 내겐 그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혜는 내 옆으로 바짝 붙어 앉으며 내 팔에 매달리듯 기대어 왔다.


“내 방에 다른 남자는 오빠가 처음이다.”


나는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받아줬다. 방이 좁아터져서 꼼짝달싹 못 하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서로 붙어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그때 내 눈에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소탈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더랬다.


생각해보건데, 다른 여자들은 남자 친구한테 이런 누추한 꼴을 보이면 창피해하거나 변명이라도 할 텐데, 그녀는 그런 내숭 따위는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나는 그저 ‘순수함’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질문


경제적 결핍에서 오는 소탈함을 순수라고 믿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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