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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Feb 17. 2022

선진의 졸업에 부친다.

홍윤기 수필집 "예순다섯 살의 고교생"_만서 홍윤기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만학을 이루어, 마침내 더 큰 배움을 찾아 대해(大海)로 떠나는 선배님들께, 축하의 마음으로 꽃다발을 엮어 드립니다. 

방통고를 좀 더 일찍 알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높기만 하던 학교의 문턱을 넘어선 지 어느새 한해.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감싸주시던 선배님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헤어짐은 비록 아쉽고 서운하지만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니,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 것이고, 더 크고 넓은 향학(向學)의 대해를 항해하여야 할 선배님들이기에 아쉬움을 애써 감추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동안 세상을 돌아 마침내 역류인생(逆流人生)을 살면서 찾은 세월에 비하여 눈 깜짝할 순간의 여백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남의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과 사람의 만남 중에, 선후배의 인연으로 우린 하나의 공통분모를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이 걸어온 길을, 우린 또 그대로 되밟아 뒤따라가게 되겠지요. 하얀 눈길, 발자국 없는 설원의 처녀지를 선배님들이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후배들이 따라오기 쉽도록 활짝 열어 놓았으니, 우리들 역시 그 길을 더욱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배움의 목마름과 서러움이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만학의 꿈을 실현한 선배님들의 집념과 노력은, 이제 같은 길을 가야 하는 우리들이 가슴에 새겨 숙명처럼 짊어지고 갈 것이며, 그것은 새로운 삶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며 시작이라고 들었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더 높고, 더 넓은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선배님들이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만학이란 단어는 사전에만 있는 상상의 단어인 줄 알았던 우리들에게, 현실에서 꿈을 찾아내 마침내 이뤄낸 선진들의 용기 있는 선택은 꿈과 희망의 불씨를 지펴 주었습니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선진들의 위대한 발걸음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그 길이  또 다른 후학들이 앞 다투어 달려가도록 갈고닦는 일원이 될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선배님들이 나가는 앞날에 더 크고 보람 있는 탄탄대로가 활짝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비록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었으나, 선진들이 가는 길은 더욱 단단한 영광의 길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한 없이 움츠리고, 더없이 초라했던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꿈을 이뤄 보람 있는 삶을 엮어가기 바랍니다.

선진들의 넓고 큰 뒷모습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우리들 후학 역시 그렇게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도도한 만학의 물결은 중단하지 않고, 이 땅 우리 조국의 동백을 따라 영원히 흐르게 될 것입니다. 

선배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송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배님!

우리는 지금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과, 배움을 찾아 여기 모인 만학도 들을 일심으로 가르쳐 주신 여러 선생님, 그리고 더 넓은 자아실현의 길을 가는 선배님들의 장도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가족 내빈들을 모시고, 졸업이라는 이름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얼마 안 되는 학창 시절의 꿈을 찾아 다시 돌아온 만학의 둥지에서, 형설의 공을 이루고 큰 뜻을 가슴에 담아 자랑스럽게 정든 교정을 떠나는 선배님들에게, 오늘의 영광스러운 졸업을 쾌거라는 말로 표현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정 큰일을 해 내셨습니다. 제각기 사연은 달라도 가슴에 맺힌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어루만지고 달래며, 열일곱 소년, 소녀가 되어 함께 걸어온 꾀꼬리 동산의 추억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영롱하게 빛나는 삶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수십 년 전에 잃어버린 교정을 찾아 경복의 교문에 들어서던 그 기념비적이던 날, 선배님들의 뜨거운 환영은 가슴에 각인된 지난 세월의 모진 서러움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수 있었던 위대한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

이제 선배님들이 떠난 빈자리를, 두려움과 쑥스러움으로 망설이며 교문을 들어섰던 막내들이 맏이가 되어,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그러나 선배님들이 알뜰히 가꾸고 닦아 놓은 북악의 기슭 터전 위에, 우리 경복 방통고의 역사와 전통을 긍지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부끄럽지 않은 후배로서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교정으로 가꾸어 나가겠습니다. 

비록 교정을 떠나신다 해도, 큰 사랑으로 경복을 기억해 주시고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선배님들이 베풀어 주신 사랑과 뜨거운 우정은, 앞으로의 삶에 귀감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의 짧은 이별은, 내일의 다시 만남의 기쁨을 위해 가슴에 고이 접어 갈무리하고, 가시는 걸음마다 장미꽃을 뿌려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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