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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Jul 18. 2024

아빠의 성취감

미실현수익이나 성과급보다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그것

아빠가 된 후 많은 게 달라졌다.


책임져야할 사람의 수가 늘은 만큼 가벼웠던 삶의 무게가 안정감 있는 무게가 되었고, 무의미와 가깝게 느껴졌던 무한한 자유는 최소화 되었다. 여가시간을 채웠던 운동이나 영상콘텐츠 시청은 일상생활에서 사라졌다.


나에게 짜증을 낼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난 게 맞지만, 그만큼 나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의 수가 늘은 게 된다. 아내의 웃음, 아이들의 웃음, 두 웃음이 스테레오로 나올 때가 있으니.


아내가 힘들까봐 첫째 '사야'를 내가 재울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때를 거쳐 지금은 누워서 책을 읽어주면 스르륵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


2021년에 온가족 코로나19 감염으로 시작된 둘째 '지은'이의 소위 '눕수'.

그렇게 수개월 엄마젖을 물고 잠들던 아이.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가능해진 후,

 '10년 근속휴가'와 연차 14일을 붙여서 아내의 고향으로 가서 보냈다.


장모님 댁에서 한 달 이상 지내던 중, 아빠표 수면습관개선 교육을 개시했다.

첫날, 지은이의 졸림을 포착하고 아내보고 씻으러 가라고 한 후, 아빠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아빠가 안아서 노래 불러 재우는 건 원래 됐지만, 이제는 '등대고 자기' 연습.


사야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동생이 울어도 놀라지 말라고, 아빠가 잘 자는 법 가르치는 중이라고)

지은이는 엄마 품에서 잠들다가 엄마가 안 오니 당연히 운다.

말을 잘 못 알아듣던 때이지만 차분히 설명하고 노래를 불러줬다.

'반짝 반짝 작은 별'의 정상적인 템포에서 시작해서

BPM을 50까지 낮춰가며 20분..30분...40분까지 갔던가?


그렇게 처음 2022년 봄, 지은이는 엄마 없이 등 대고 잠들었다.

그렇게 서너일 반복, 잠들기 까지 짧아진 시간.

한동안 졸리면 노래를 불러서 재워달라는 표시를 하기까지 되었고, 지금은 언니와 함께 아빠가 읽어주는 책 목소리에 잠이 든다.



그렇게 이젠 셋째 차례. 9개월이다.

아내는 둘째 때 해보니 너무 편하다며 대놓고 눕수모드였다.

(사실, 그 전까지는 영유아 중이염 발병률이 20% 높다는 통계를 듣고 꺼려했다. 주변에 중이염을 겪은 아이들 대부분 실제 누워서 분유병 물고 잠들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과학적으로 문제있는 관계분석 )


아주 아가 때는 쉬웠지만, 눕수를 경험하니 다른 건 안 통했던 셋째 재우기.


요즘 들어 아빠가 재우기에 성공하고 있다.

가슴에 기대어 잠드는 단계를 거쳐, 이젠 하늘보고 재우기 (등은 아빠 팔에 닿아있다.)

지난 주가 그런 주간이었다. 글 쓸 시간은 당연히 줄었다.


그렇게 내가 재울 수 있다는 확신을 아내에게 줄 수 있게 되었다.

스르륵 감기는 아이의 눈을 볼 때의 성취감 (!!)

그 아이를 침대에 놓을 때 깨지않고 계속 잘 때의 스릴 넘치는 성공감(?).


그 성취감은

인사고과 S도, 성과급 200%과도 비교할 수 없다.

 ...(기타 비교 대상* 생략)...


더 많은 아빠들이 이 성취감을 누릴 수 있길.


*엄마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돈 벌고 안 벌고'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저울질 하지 않기를.*





(그 자본주의 프레임을 바꾸시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훨씬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애당초 혹시라도 진보성향이시라면 자본주의 기준의 산업군에 들어가 경제활동을 하는 걸로 자신의 자유와 가치를 정한다는 거 자체가 모순이라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육아는 경제가치로 환산하면 아빠의 근로소득의 몇백배 가치로 계산해야할까요?

한 인간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하는 소중한 삶의 기초입니다.


어느 외국 여성분의 인터뷰가 기억나네요.

아이들을 키운 후, 다시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에 나갔을 때, 육아를 공백기로 지적하던 면접관에게 그 기간을 최고의 커리어 성과라고 설명했던 이야기.

그건 엄청난 경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꼭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빠 품에 잠든 셋째, 농구할 때 끼던 암슬리브(Arm Sleeve)는 아이가 땀에 끈적해지지 않도록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신건강은 지난 글의 주제였죠.

노동, 일, 커리어, 가치와 관련된 발상의 전환은 정신건강을 포함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합니다.

일단 돈의 노예가 되면 (행복이 삶의 목표이든 아니든) 건강의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https://brunch.co.kr/@thewholeiceberg/122


쿠키텍스트 (편집당한 생략 부분) :


(그 성취감은)

...ㅇㅇ증권의 비상금대용* 주식*의 30%(미실현)수익률**과도  비교할 수 없다.)

*: 결혼 후, 첫째 낳고 경제공부 조금 해본다며 실험한다며 '잃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비율'로 도전 후, 방치중이다. 이사갈 때 전세금 마련할 떄, 차 바꿔야 했을 때, 국제정세상 거시경제의 변동이 예측될 때, 매도횟수는 아주 적다.

**: 미실현수익에 일희일비 하면 안된다. 특히 미국주식은.
(한국주식은 -적어도 내겐- 불안하다.) 배당금 받아 생활비에 기여받을 정도도 안되는 소규모이니 굳이 부러워하실 필요도 없다. 나에게는 매일 뉴스보고 시장분석, 예측하는 건 가성비가 꽤 낮은 시간소모였다.

워렌 버핏, 레이 달리오, 데이브 램지 등 다른 스타일의 투자자들의 강연들을 듣고 읽었지만...결국 난 어디서도 읽어본 적 없는 자기스타일의 하이브리드

*부동산은 없으니 얘기할 수 없는데, 미실현수익이란 부분에선 역시 마찬가지라고 예상해본다.

그 미실현수익이 대중의 일부를 하루하루 피마르게 하며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그 스트레스는 어떤 식으로 해가 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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