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나중에’ 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일의 우선 순서를 정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있는데, 좋아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 일을 끝난 후에, 꼭 해야 하는 일은 꼭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끝내고 한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뒤에 남겨둬야 자신의 삶이 나태해지지 않는다 말했다. 나태라니, 정말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그녀는 마치 단 하루의 나태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 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다. 또 나태하고 싶은 날엔 꼭 그럴만한 이유를 정해두거나 자신의 쉼에 대해 누군가에게 동의를 구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어차피 힘든 세상이라 말해주고 싶어도 자신이 정한 규칙이 곧 법인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 규칙은 음식을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 중 맛없는 음식을 먼저 먹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나중에 먹는데, 그 일은 그녀에게 정말 비합리적인 일이다. 그녀는 소식을 하기 때문에 늘 맛없는 음식만 먹거나, 혹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식사하는 이에게 빼앗기기 일쑤다.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늘 세상은 불합리한 일투성이다. 열심히 일을 잘 하는 이에게 늘 더 많은 일이 주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이니 가뜩이나 분주한 자신의 삶이 그 성실함 때문에 더 바쁘고 피곤하다. 조금만 편안하게 세상을 대하면 이내 편해지는 나의 세상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힘든 세상, 더 힘들게 살 필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