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콘서트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by 김소연




“2018년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 수상자는, 김니나씨 입니다.”

유재석씨의 호명으로 그녀는 수줍게 미소를 띄며 자리에서 조신하게 일어섰다. 평소에 개콘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게 다소곳이 걷는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얼핏 봐선 영화배우 같다. 하지만 시상식 무대에서 꽃다발을 건네는 수많은 남자개그맨들의 꽃다발을 내팽개치는 그녀는 천생 개그맨이다.


“요즘 일이 너무 안 풀려 동료 개그맨과 유명한 점집으로 굿을 하러 가려고 했어요. 근데 너 혼자 가야겠다. 미안해.”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수상소감을 마쳤다. 신인상 소감을 들으며 빵 터진 나와는 다르게 동료 개그맨들 중 한명이 눈시울을 붉힌다. 그녀가 지목한 ‘너’라는 개그맨인가보다. 붉은 눈시울에서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하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서 덩달아 나도 울 뻔했다.


연예대상을 수상할 당시 그녀는 신인 개그맨이 아니었다. 데뷔 3년차 신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인생에 꼭 한번 뿐인 신인상이라서 너무 감격스럽고 기뻤다.’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대는 그녀, 개콘이 아직까지 이어졌다면 그녀는 분명 최우수상을 타고도 남았으리라.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사람은 반드시 그의 삶도 긍정적이게 흘러간다.





나는 그녀가 좋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어도 그녀의 개그는 내 취향이다. 내가 아는 유명 개그맨들 중 일부는 다른 이들을 비난하며 조롱하며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녀의 개그는 자신이 망가지는 일을 선택하며 낮은 자세를 취한다.


이제 그녀가 신인상도 받았으니 개그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금세 좌절로 바뀌었다. 작년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그녀를 티비에서 자주 볼 수는 없게 된 거다. 그녀가 상을 받은 지 1년 6개월 만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20년 동안 매주 보던 개콘이 없어지다니... 상실감을 겪은 건 비단 개그맨뿐만 아니리라. 20년을 한결 같이 시청하며 울고 웃었던 시청자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방송국에선 매년 공채개그맨을 왜 뽑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는 개콘이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후, 19살부터 꿈꿔왔던 개그맨으로서의 삶 대신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다는 상실감에 젖기보다는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위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입사하고 자격증을 딸 때, 그녀는 공채 시험을 보기 위해 6년의 세월을 개그에 전념했다. 그러니 마땅히 먹고 살기 위해 직장을 찾는 일은 그녀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넋 놓고 있기엔 아직 너무 젊었다.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해보니, 그녀에겐 남들보다 잘하는 재주가 있었다. 바로 개그다. 그녀는 그녀만의 개그를 유투브로 옮겨오며, 성공적으로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그녀의 유투브를 1회 때부터 꾸준히 봐온 독자로서, 다른 개그맨들의 유투브를 구독하는 독자로서, 사실 이런 저런 제재가 있는 개콘에서보다 더 웃기며, 더 신선한 개그를 볼 수 있는 개그맨 유투버들이 난 더 반갑다. 각자의 개성이 있는 채널을 골라 구독할 수 있는 개그 채널, 얼마나 유혹적인가? 예전에 개콘을 시청하며 보기 싫은 코너를 억지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다. 그녀는 아직 유투브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독자가 많지 않아 금전적으로 여유롭진 않지만,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며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렇게 개콘에서 활약하던 개그맨들은 유투버로 또 버라이어티 방송으로 영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다. 어떤 시련이 있은 후에, 그 일을 이겨낸다면 반드시 그들은 더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앞날에 개콘은 없겠지만, 그들에게 더 빛나는 프로그램이 주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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