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에 아침부터 큰 소란이다. 이웃집에 새로 이사 온 아이들이다. 며칠 전에 큰 이삿짐 트럭이 들어왔다. 그 뒤로 SUV차량에서 내린 그의 가족들은 꽤 커 보이는 10대 아이들부터 엄마의 품 안에 안긴 갓난아이까지 자그만치 일곱이나 되었다. 그녀는 집 안 창문으로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았다. 행여 자신의 모습이 보일까 커튼을 반쯤 가린 후였다.
이곳에 이사를 올 당시에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그녀는 집을 알아보기 전에 그 마을에 대해 사전조사를 했었다. 그녀의 삶을 방해하지 않을 그런 한적한 곳, 그녀가 원하는 건 그것 딱 한가지였다.
그녀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SNS는 물론 메신저 같은 것도 하지 않았고, 그녀와 남편의 생활에만 집중하며, 결혼 전엔 해본 적 없는 일들을 차근차근 해 나갔다. 집 앞 텃밭에서 작물을 가꾸며 몸을 혹사시키고, 밤이 되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온 단순했던 이유, 젊은 부부나 아이들이 없는 곳. 하지만, 이제 그는 또 이곳을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이사 온 옆집 가족 때문에 이제 이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없게 된 거다. 이제 다시 불면증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우리 또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하는 건 아니지?”
그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그녀를 위해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했다. 늘 열정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그는 결혼 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가장 하기 힘든 결정을 했다. 덕분에 그녀는 이곳에서 잠시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10년 전 결혼할 당시, 결혼만 하면 생길 것 같던 아이는 이들 부부에게는 허락되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부부 둘 중 누구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원망하거나 책임을 떠넘길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그런 걸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여유로운 삶도 이제 끝났으니 곧 날카로워질 아내를 보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사실 그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다. 매일 아이를 기다리는 그 끔찍한 나날들에 자신에 대한 어떤 핑계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숨어 산다고 세상과의 인연을 끊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마을에 근처 시내에 있는 작은 마트에만 가도 아이들은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 장보는 일도 그가 해야 하는 일이 되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아내가 집 앞에 조차 나가지 않을 걸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점점 세상으로부터 더 멀리 갈수는 없다. 이미 그와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연락을 끊은 지 오래되었지만, 세상에 둘 뿐인 곳은 무인도 밖에 없으리라. 아무리 애써도 세상에서 완벽히 이방인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시내로 이사를 결정했다. 태풍을 피할 수 없다면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야 한다.
늘 한 곳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그 좁은 하늘이 자신의 전부이다. 그 우물 입구를 누가 막는다면 온통 어둠뿐인 곳에 갇혀야한다. 그들이 영원한 이방인에서 스스로 주인공의 삶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