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감정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by 김소연


얼마 전 연인과 이별한 한 친구는 나름 이별을 잘 견뎌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별 후 얼마 지나지 않던 어느 날, “이제 그만 아파하고 훌훌 털어버리겠다”며 조금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인 이후, 어느 때엔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자기 자신도 잘 속인 셈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값비싼 명품 백과 멋진 구두를 선물하며 이전보다 더 화려하게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녀가 SNS에 올리는 사진에는 멋진 레스토랑의 음식과 함께 값비싼 와인이 곁들여져 있으며, 혼자서도 잘 차려진 식탁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자신의 비혼 주의 인생을 즐기는 성공한 여인처럼 기품 있어 보였다. 혼자서도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마치 사진 속의 아름다운 풍경이 자신의 행복을 대변하는 것처럼 풍경 사진을 잔뜩 찍어댔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적극적이어서 소개팅에 나온 멋진 남자와 사겨볼까 내게 말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던 그를 이제 마음에서 놓아준 걸까?


분위기가 좋은 와인 바에서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있을 무렵, 그녀는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 지는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거짓으로 슬픔을 포장해도 이내 들켜버리는 것처럼. 감정을 완벽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엔 없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우연히 본 그녀는 흐릿한 눈으로 세상을 다 산 노인처럼 초점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 상실의 감정이 찾아 온 것 같다.

상실이라는 감정은 이별 직후에 오는 게 아니라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하는 순간 찾아온다.


헌데 정작 본인은 그 감정이 이별의 상실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이별 후 혼자 남겨진 상실감은 우울증과 착각할 만큼 위험하다. 그녀는 이별 후에도 잠시 행복했던 자신을 기억하며 지금의 감정이 상실의 감정인지 우울의 감정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난 그녀가 자신을 더 아꼈으면, 곧잘 헷갈리는 두 감정 사이에서 오랫동안 방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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