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김소연



허영생 지구가 멸망해도 뮤비 캡쳐



허영생의 '지구가 멸망해도'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들이 묻는다.

"엄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할거야?"

"응 엄마는 지구가 멸망하는게 내일이 아니라 모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거야."

운전하는 엄마를 어이없이 빤히 쳐다보는 아들의 눈길이 매섭다. 늘 주저리주저리 아재개그를 잘 하는 엄마를 자기 친구쯤으로 생각하는 아이다.

"그럼 지구 멸망이 모레라고 가정하고 내일은 뭘 할건데?"

"응 내일은 또 지구의 멸망이 내일이 아닌 모레가 되게 해달라고 빌어야지. 하느님이 매일 하루씩 연장해달라는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지구는 멸망하지 않을거야."


한동안 그는 말이 없다. 어이없는 한숨만 피식하고 내뱉었을 뿐,


"너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뭘 하고 싶니?"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이 나왔다.

"응 나는 준성이를 만나러 갈거야."

"그건 이 노래 내용하고 똑같은데? 근데 왜 이 노래 듣고 유치하다고 했어?"

"그냥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어."

준성이는 그의 가장 친한친구다. 어른이 되면 그 아이와 결혼할 거냐고 그에게 5학년때부터 물었었만, 또 한번 물었다. 즉각적인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아이는 조금 우울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살던 곳을 떠나 이사를 오면서 30분거리였지만, 매주 주말마다 만나던 친구를 이제 자주 볼수 없다. 아들이 친구를 얼마나 만나고 싶어하는지 고 있지만, 매주 만나는 건 힘든 일이다.

"이제 중학생이고 주말까지 학원을 다니잖아. 학원도 네가 더 많이 다니고 싶어한거지. 그러려면 학원을 한군데 정도는 그만 둬야해."

공부 욕심이 많은 아이는 그건 또 싫다. 학원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많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매일 학원시간에 쫓기는 일이 _분명 자신이 선택한 일임에도_ 원통한 모양이다.


땀이 많은 아이가 한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 얼굴이 엉망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2년째 이어지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시기가 아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원통한 일일거다.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희망고문은 하고 싶지 않다. 잘못된 희망은 때론 과한 절망보다 더 힘들다. 이미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대학가면 예뻐진다는 말, 대학가서 실컷 놀 수 있다는 말이 다 거짓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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