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건 너무 달아. 너는 단 걸 싫어한다고 했잖아.
_아니야. 그건 단 게 아니라 달콤한 거지. 그 둘의 차이점을 모르겠어?
_단 것과 달콤한 것의 차이라니.
_목이 막히는 텁텁한 음식을 싫어하는 내가 젤 좋아하는 과일은 바나나이고, 젤 좋아하는 빵은 파운드케이크인 것처럼 말이야.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 간극을 가득 채우는 그런 맛이 있어. 그런 게 인생의 맛이지. 마치, 전혀 내 취향이 아닌 너를 사랑하게 된 것처럼 말이야.
우리는 가끔 알 수 없는 대화를 하곤 했어. 누군가 가까이에서 우리 얘기를 듣더라도, 전혀 알 수 없을 그런 암호 같은 대화였지. 모두 알아들었다며 낄낄대며 웃었지만, 사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래서 너는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그런 말들이었고, 오해하기에 충분했어. 그러다가 문득 괜찮다고 말하는 너의 입술이 슬퍼 보였어. 아마, 너는 괜찮지 않은 걸 여태 괜찮다고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우리의 대화가 계속 이런식으로 흘러왔다면, 나는 여태 너의 말을 단 1%도 알아듣지 못한 것이 아닐까. 웃어넘기는 농담 같은 말들에 뼈가 있고, 상처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바보처럼 웃고 있는 서로의 피에로가 아니었을까. 웃고있는 입에 슬픈 눈. 늘 웃고있는 커다란 입술을 보느라 눈에 잘 띄지 않았을 그 슬픈 눈 말이야. 우리는 늘 그렇듯 웃어넘겼고, 때론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는 서로를 원망했지. 그리고는 영영 서로를 떠날 준비를 했겠지.
서로 마주 보는 것은 서로가 보지 못하는, 또는 보려 하지 않는 것을 마음에 담는 거야. 그래서 슬펐어. 그렇게 서로를 모른 채로, 농익은 바나나를 입으로 욱여 넣고는 가슴을 치며, 그래도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며 애써 물을 한 모금 들이켜는 것처럼 고집이 셌어. 내가 좋아하는 건, 그저 덜 익은 아삭한 바나나일 뿐이었는데 말이야. 아삭한 바나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면 농익어 입안에 엉겨붙는 바나나의 식감을 싫어할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전제는 하지 않았어. 그저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고, 그게 중요했을 테니까. 그러니까 후에 너의 슬픈 눈빛이 행복했던 나를 점점 지옥에 살게 할수도 있을거라는 그런 전제 말이야. 어쩌면 나도 알지 못하는 나의 사소한 습관에 너도 지옥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어.
그런 너를 보는 나의 슬픔은, 이제 영영 서로 같은 것을 보지 못할 거라는 회한이었지. 그렇게 네게서 등을 돌렸어. 그저 네가 보는 세상이 궁금했어. 그래서 이후로 네가 내 등만 보게 될지는, 그게 얼마나 슬픈 일이 될지는 생각하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