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밥은?왜 굶고 다녀?
하루 종일 별일 없이 쫄쫄 굶은 나는, 너의 그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 버렸어. 당황하는 너의 얼굴을 보니 조금 미안했어.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정말 배가 고팠던 게 아니라 그냥 허기진 날이었어. 그저 하루 종일 내게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어서. 세상엔 나만 빼고 다들 다정해 보이는 사람들 천지여서. 그래서 나만 혼자 같았지 뭐야. 하루 종일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쫀졸이가 됐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어. 너는 참 요상한 말도 잘했어.
어느 날 어렴풋이 널 닮은 사람을 봤어. 괜히 다가가 말을 걸어볼까 생각했어. 그럼 그 사람이 "밥은?"이라고 물을 것 같았어. 바보 같이. 내가 다가가 말을 걸면, 그 사람이 나를 알아본다면, 그 사람이 정말 너라면, 그럴 리가 없잖아. 너일 리가. 그걸 알면서도 오래 바라봤어. 거짓말처럼 나를 봐주고 환하게 웃어줄 너를 그려봤어.
네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이 뭐였는지 알아? "또 보자." 그 말의 의미를 오랫동안 곱씹었어. 그 이후 우리는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널 만나면 따져 물어야겠다고 씩씩대다가 피식 웃음이 났어. 그건 모순된 일이잖아. 너를 만나서 우린 왜 만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 말이야. 그래서 나는 영영 네가 말한 또 보자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너에게 묻지 못하겠지. 널 만나게 되든, 만나지 못하든 마찬가지로. 그러니 그 말의 의미는 영영 미스터리가 될 거야.
그날따라 왜 너는 안녕 대신에 또 보자고 했을까. 아니 기억이 흐려져 생각나질 않지만, 그 말은 내가 먼저 했을지도 몰라. 그날 알았던 거야. 우린 다시 볼 수 없을 거란걸 말이야. 어쩌면 그래서 다행일지도 몰라. 영원히 곱씹어볼 이야깃거리가 생긴 거니까. 그런 게 추억일지도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