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늘 제자리를 걷는 것 같아. 나는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어.
_제자리걸음이라는 거 아주 괜찮은 일일지도 몰라. 실은 어떤 때에는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거든. 인생에 순풍은 바라지도 않아. 그저 잔잔한 날이기만 해도 성공이지. 어떻게 늘 같은 속도로 갈 수가 있겠어?
그거 알아? 늘 정답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는 거. 어떤 날엔 응석 부리고 싶은 날도 있고, 함께 그냥 누군가의 험담이나 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 가끔 너의 그런 말들이 숨이 막혔어. 너처럼 세상 모든 이가 모두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거든.
그 뒤로 내내 너의 말을 생각해 봤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나 자신이 못마땅해. 가끔은 그냥 편히 서서 풍경을 보고 싶은데 도저히 그렇게 되질 않았거든. 마음이 조급해져서 어디로든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인생이 생각대로 되었다면, 나는 아마 너의 곁에 한 발짝쯤 더 다가갔을 텐데. 하지만, 네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몰라서 그저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었어. 어쩌면, 내가 내딛는 한 발이 너와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워서 말이야.
한밤중 길을 잃으면,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를 보고 걸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중간에 마음이 변해서 별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네가 한 말을 기억해. 하지만, 가끔은 내 눈이 흐려져서, 어느 별이 가장 반짝이는지 조차 볼 수 없는 날이 있어. 나는 자주 삐걱대고, 멍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있어. 그러다가 내가 지쳐서 발걸음을 멈추면, 분주히 발을 움직이느라 듣지 못했던 작은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마 넌 그곳에 있을 거야. 그래도 나는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겠지. 내가 무얼 위해 걷는지 곧잘 잊게 되니까. 잠깐 멈춰 너의 말을 듣는 게 어쩌면 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