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왜 그런 날 있잖아? 말이 너무 하고 싶은데 아무하고도 말할 사람이 없는 그런 날, 혼자 술상을 차려놓고, 바보처럼 혼자 중얼거리던 그런 날. 조금 외로웠었는데, 우리 집에 고양이가 오면서 괜찮아졌어. 그 앞에 고양이를 앉혀놓으면 완벽하거든. 우리 집 고양이는 대답을 참 잘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내 말에 무조건 수긍을 해주는 거야. 그리고, 어떤 말을 해도 부끄럽지 않으니 마음속에 있는 말을 마음껏 꺼내어 놓을 수 있잖아. 그래서, 차라리 어떤 날엔 사람보다 고양이가 나을 때가 있어.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가장 좋았던 건, 카톡이었어. 난 전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거든. 언젠가 너의 소식을 전화로 들었을 때부터, 나는 급작스럽게 오는 전화를 자주 거절했어.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어느 날부터 카톡으로 전화해도 되냐고 묻기 시작했어. 그마저도 내가 거절하면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았어. 그런 날들이 너무 많이 지났어. 어느 날엔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으니까 말할 사람이 간절해지기도 하더라고. 이젠 연락하지 않고 전화해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렇게 오래 살다 보니 이제 통화할 사람도 별로 없어. 늘 연락하는 사람이 더 할말이 많다고 하잖아.
오늘도 고양이랑 대화를 했어. 대화가 맞는지는 모르겠어. 나 혼자서 떠들어대는 거니까. 말은 못해도 대답은 참 잘해. 우리 집 고양이는 나를 참 좋아한대. 그리고, 조금 행복하대. 조금 외롭기도 하고. 조금 슬펐어. 우리 집 고양이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벌써 열 살이 넘었으니까. 그래서 조금 부럽기도 해. 사람과의 시간은 조금 다르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거니까. 그리고, 아마 자신의 시간을 다 살아내면, 나보다 너를 더 먼저 만나겠지. 그러면, 나중에 나를 만났을 때 너와의 추억을 더 가지고 있는 거니까 너무 질투가 날 것 같기도 해. 하지만, 너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 거야. 어떤 말을 해도 늘 경청하고, 대답도 참 잘하니까.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에게 너의 얘기를 많이 해두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