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소한_걸음

by 김소연



_늘 제자리를 걷는 것 같아. 나는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어.


_제자리걸음이라는 거 아주 괜찮은 일일지도 몰라. 실은 어떤 때에는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거든. 인생에 순풍은 바라지도 않아. 그저 잔잔한 날이기만 해도 성공이지. 어떻게 늘 같은 속도로 갈 수가 있겠어?


그거 알아? 늘 정답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는 거. 떤 날엔 응석 부리고 싶은 날도 있고, 함께 그냥 누군가의 험담이나 하고 싶을 때도 있잖아. 가끔 의 그런 말들이 숨이 막혔어. 너처럼 세상 모든 이가 모두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거든.


그 뒤로 내내 너의 말을 생각해 봤어. 그래도 여전히 나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나 자신이 못마땅해. 가끔은 그냥 편히 서서 풍경을 보고 싶은데 도저히 그렇게 되질 않았거든. 마음이 조급해져서 어디로든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인생이 생각대로 되었다면, 나는 아마 너의 곁에 한 발짝쯤 더 다가갔을 텐데. 하지만, 네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몰라서 그저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었어. 어쩌면, 내가 내딛는 한 발이 너와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두려워서 말이야.


한밤중 길을 잃으면,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를 보고 걸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중간에 마음이 변해서 별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네가 한 말을 기억해. 하지만, 가끔은 내 눈이 흐려져서, 어느 별이 가장 반짝이는지 조차 볼 수 없는 날이 있어. 나는 자주 삐걱대고, 멍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있어. 그러다가 내가 지쳐서 발걸음을 멈추면, 분주히 발을 움직이느라 듣지 못했던 작은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마 넌 그곳에 있을 거야. 래도 나는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겠지. 내가 무얼 위해 걷는지 곧잘 잊게 되니까. 잠깐 멈춰 너의 말을 듣는 게 어쩌면 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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