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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느네 Oct 25. 2024

친구 → 애인

승호는 요즘 윤아를 볼 때마다 자꾸 예전보다 예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승호는 윤아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승호: 윤아야, 너 그 얘기 들었어? 우리 동아리 준서가 지수에게 고백했대.

윤아: 진짜? 두 사람 처음 만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을 텐데. 갑자기 친해졌나?

승호: 서로 아직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준서가 무작정 고백했나 봐.

윤아: 그래서 어떻게 됐어?

승호: 지수가 내키지 않는다고 거절했어.

윤아: 아휴. 승호야, 만약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사귀자고 하면 너는 어떻게 대답할래?

승호: 음, 바로 싫다고 거절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사귀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윤아: 물론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사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당황스럽고 난감한 일로 받아들일 거야.

승호: 준서가 고백에 실패한 건 외모나 매력 때문이 아니라 고백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거네.

윤아: 맞아. 애인이 아닌 남녀가 친하게 지내면 그냥 친구라고 부르고, 애인 사이면 남자친구·여자친구라고 부르지. 왜 그럴까?

승호: 친구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보고, 애인은 남성 대 여성의 관계로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면 친구들 중에서 이성적인 매력을 느낀 한 명을 선택해서 사귀니까?

윤아: 둘 다 맞아. 특히 애인을 사귈 땐 친구 사이에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남자친구·여자친구처럼 친구라는 단어가 남은 거 같아. 

승호: 그렇다면 모르는 사람 중 일부가 아는 사람이 되고, 거기서 가까운 친구가 생기고, 다시 그중 한 명과 애인으로 발전하는 게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겠네.

윤아: 뭐, 미팅이나 소개팅으로 만나서 바로 사귀는 경우도 있지만, 친구에서 애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래서 친구 사이와 애인 사이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지. 

승호: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게 비슷한 점일 테고, 다른 점은 뭘까? 서로 껴안거나 뽀뽀하는 것이 다른가?

윤아: 서로 스킨십을 나누는 것도 친구와 애인의 다른 점이지. 게다가 마음도 매우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의지하거나 돌보기도 해. 그것도 친구와 다른 점이지.

승호: 그저 손잡고 다니는 게 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사귀어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천히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애인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거네. 

윤아: 맞아. 서로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건 컵라면 끓이듯 급하게 할 일이 아니지. 예전에 내가 진정한 친구인지 확인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했는지 기억나?

승호: 속마음을 주고받는 거?

윤아: 맞아, 그럼 친구에서 애인으로 발전하려면 뭐가 필요할 것 같아?

승호: 함께 좋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 하지 않을까?

윤아: 항상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인다면 좋은 시간만 보낼 수 있겠지만 가깝게 지내다 보면 사람인지라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줄 때도 분명히 있어.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가 멀어지지 않아야 애인 사이로 발전할 수 있지.

승호: 상대방의 큰 단점이 나랑 안 맞으면 사귀지 않는 게 맞겠지만, 작은 단점들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사귈 수 있겠네.

윤아: 응. 상대방에게 실망할 때마다 사귀다가 그만두면 이 세상 그 누구와도 사귈 수 없을걸? 

승호: 그러면 서로 잘 모르는 사람끼리 갑자기 사귀는 건 상대방의 단점을 모른 채 시작하니까 문제가 되겠네.

윤아: 속마음을 나누고 단점을 받아들이는 과정 없이 커플이 된다면 불안정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지. 물론 그런 커플도 서로 배려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

승호: 처음 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어 놓치고 싶지 않다면 급하게 고백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친구 사이로 발전시키는 게 좋겠네. 그러고 보니 결혼정보회사를 보면 맞춤 커피 주문하듯 다양한 조건을 체크하며 애인을 고르던데, 서로의 조건이 맞아서 애인이 되더라도 방금과 같은 이유로 문제가 생기겠지?

윤아: 결혼정보회사는 결혼 상대를 소개해 줄 뿐, 관계를 만들어 가는 건 본인 몫이지. 직업이나 돈이 좋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승호: 남자와 여자는 신체나 생각이나 성격 등 많은 점이 서로 달라. 다르니까 상대방의 단점을 어느 정도 받아 주면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윤아: 그렇지. 사귀는 사이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해. 사랑은 그런 걸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기도 하고.

승호: 상대의 단점을 받아주고 차이를 인정하려면 어느 정도 자기 손해를 감수해야 할 텐데.

윤아: 인간관계에서 이익만을 얻으려는 사람은 애인 같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야.

승호: 아, 그 말을 들으니 지난번에 너한테 빌려준 3만 원이 생각나네.

윤아: 방금 계산적인 관계는 오래가기 힘들다고 했는데?

승호: 됐고, 오늘 밥은 네가 사세요.     


사람과의 관계는 단지 좋은 일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도 나누며 이어가는 것입니다. 관계를 즐겁게만 유지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금방 실망하고 헤어지기 쉬워집니다. 상대의 단점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비상식적인 잘못이 아니라면 적당히 넘기거나 격려해 주는 것이 애인 관계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친구 사이에는 매너가 필요하지만, 애인 사이에는 매너와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상대에 대한 설렘, 동경, 욕망만으로는 애인을 만들 수 없습니다. 관계를 친구 단계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합니다.

요즘 승호는 윤아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듭니다. 윤아도 승호를 만날 때 잘 보이려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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