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은 애인을 찾는 두 남녀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는 자리입니다. 서로의 목적이 같아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윤아는 친구 유진의 소개팅에 대해 남자친구 승호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윤아: 자기야, 내 친구 유진이가 내일 처음으로 소개팅을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더라. 근데 나도 소개팅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혹시 소개팅 많이 해봤어?
승호: 예전에 몇 번 해봤지. 아무리 소개로 만난다고 해도, 처음 만난 사람이랑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첫 만남부터 대화를 잘 이어가려면 성격이 활발하거나 대화에 능숙해야 하거든.
윤아: 그런 사람이라면 소개팅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승호: 말주변이 없거나 소극적인 사람만 소개팅을 하는 건 아니야. 성격이 좋아도 꼭 애인이 있는 건 아니니까.
윤아: 어쨌든 소개팅에서 상대방을 일단 만나면 무얼 해야 해?
승호: 어떤 자리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 자리에 온 목적을 떠올려 보면 돼. 소개팅의 최종 목적은 애인을 찾는 것이지만, 첫 만남부터 고백하고 사귀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 그러니까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애프터’를 목적으로 두고 소개팅을 시작해야 낫지.
윤아: 그럼 서로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 성공적인 소개팅이 되는 거네. 두 번째 만남까지 소개받을 수는 없으니까.
승호: 애프터 약속을 잡으려면 서로가 어느 정도 호감을 느껴야 해. 한쪽이라도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또 만날 이유가 없겠지.
윤아: 첫 만남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호감을 얻어야 한다니, 소개팅 꽤 어렵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승호: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애인을 원해서 나오는 자리이니 상대방이 너무 싫지만 않다면 한두 번쯤 더 만나볼 가능성은 충분해. 가끔씩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빠르게 판단해 버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소개팅과 안 맞는 사람인 거고.
윤아: 그렇다면 소개팅 성공의 열쇠는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인상을 주지 않는 거구나. 나는 매력을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승호: 소개팅은 장기자랑 대회가 아니야.
윤아: 갑자기 소개팅이 쉬워 보이네. 너무 이상한 행동만 안 하면 되는 거잖아.
승호: 소개팅은 서로 어색한 자리라서 그 자체로 불편함이 있어. 거기에 상대방의 단점까지 눈에 보이면 불편함은 더욱 커지지. 소개팅에서 상대방 모습이 몇 번 마음에 안 들면 금세 상대방이 싫어지기 쉬워. 첫 만남에서 싫지 않은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
윤아: 친구라면 단점도 이해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게 안 되지. 상대방 첫인상이 나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면 바로 애프터 없는 소개팅이 될 수도 있겠다.
승호: 안타깝지만 그래.
윤아: 첫인상이 좋으려면 잘생기거나 예뻐야 되잖아. 갑자기 소개팅 다시 어려워졌다?
승호: 첫인상으로 상대방에게 큰 매력을 주는 건 너무나 어렵지. 하지만 나쁜 첫인상을 주지 않는 건 충분히 할 만 해.
윤아: 음, 그 정도라면 깔끔하게 옷 입고 살짝 웃는 얼굴로 대하면 되지 않을까?
승호: 맞아. 소개팅에서 값비싼 패션을 갖추고 연예인급 외모를 갖춘 상대방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가급적 단정한 옷차림과 조금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기만 해도 나쁜 인상을 주진 않아.
윤아: 너무 편한 옷이나 너무 진지하거나 불만스러운 표정만 피하면 인상 때문에 시작부터 소개팅을 망칠 일은 없겠네.
승호: 깔끔한 옷차림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살짝 웃는 표정은 연습이 좀 필요해. 평소에 웃는 연습을 하는 게 좋지. 이건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야.
윤아: 그럼,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승호: 소개팅은 대화하는 자리니까, 대화 태도가 나쁘지 않거나 실례되는 말만 조심하면 돼. 따지고 보면 소개팅은 면접과 비슷해.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질문을 주고받는 식으로 하면 괜찮은 대화 태도로 볼 수 있지. 한 사람만 계속 묻고 상대방은 대답만 하면 좋지 않은 대화 태도이고.
윤아: 자기소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아?
승호: 이름, 나이, 직업, 사는 곳, 성격, 고향, 가족 등 말할 거리는 많지. 하지만 어색한 분위기에서 발표하듯 말하기는 어려우니, 서로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게 좋아.
윤아: 질문을 주고받아야 대화가 이어지니까, 질문하는 게 중요하겠네. 근데 질문하는 것도 쉽지 않아.
승호: 예전에 ‘상대방과 잡담하기’ 주제로 얘기할 때 네가 말했듯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해. 관심이 없으면 묻고 싶은 게 별로 없을 거고, 질문을 받아도 대충 답하기 쉽거든.
윤아: 그렇지. 그런데 소개팅 상대방에게 매력을 못 느끼면 관심을 가지기가 쉽지 않아.
승호: 그게 소개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 친한 사이라면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지만, 소개팅은 그렇지 않으니까.
윤아: 그럼 소개팅 동안에는 조금 억지로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네. 하긴 TV에서 자주 본 연예인은 관심이 잘 가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눈길이 잘 안 가더라.
승호: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고 대화도 잘 안 되면 실망스러운 소개팅이 되고, 애프터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윤아: 맞아. 재밌고 유쾌한 대화가 있는 소개팅이 되면 좋겠지만, 분위기가 너무 나쁘지만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런데 그것만으론 무언가 부족하지 않아?
승호: 자신이 잘하는 거나 좋아하는 걸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 상대방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고 분위기도 좋아지고.
윤아: 어디서든 자신을 소개할 때 특기나 취미를 말하곤 하잖아.
승호: 문제는, 특기나 취미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거야. 그런 사람은 내세울 매력이 없어서 곤란해하기도 해.
윤아: 그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해?
승호: 특별한 매력이 없으면 평범한 매력으로 보완을 하는 거야.
윤아: 평범한 매력이라면 뭐야?
승호: 바로 ‘착함’이지. 착한 사람은 누구나 좋게 보잖아. 좋아 보이는 것이 곧 매력이니까. 착한 사람은 매력 있는 사람이 되지.
윤아: 평범한 게 왜 매력인지 이상했는데, 착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매력이라 평범한 매력이라 했구나.
승호: 맞아. 소개팅에서 상대가 착한 사람인지 확실히 알긴 어렵지만, 착한 사람이라면 무례한 태도는 보이지 않을 거야. 말실수를 하더라도 매너 있게 사과할 수 있을 테고.
윤아: 착함이 그 자체로 매력이고, 실망스러운 소개팅이 되는 걸 막아주니까 애프터 가능성도 높아지겠네. 그런데 실제로 소개팅에서 무례한 사람이 있어?
승호: 많진 않지만, 상당히 있어. 예전에 소개팅할 때 상대방이 계속 핸드폰만 보고 있었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정말 힘들었어. 예쁘장한 사람이었는데, 조금도 같이 있고 싶지 않더라.
윤아: 그렇구나. 그럼 소개팅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아?
승호: 분위기가 좋았다면 헤어지기 전에 애프터를 잡으면 되고, 그렇지 않았다면 문자나 전화로 가볍게 인사하면 돼. 상대방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간단한 소감 정도는 전할 필요가 있어.
윤아: 상대방과 애프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뭐라고 말해?
승호: 어려운 말은 문자로 하는 게 낫지. 이유를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고,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랄게요” 정도로 인사하면 돼.
윤아: 반대로 상대방과 애프터를 하고 싶으면 어떻게 말해?
승호: 먼저 소개팅이 좋았다는 소감을 전하고, 상대방도 좋았는지 물어보면 돼. 나만 좋다고 애프터가 되는 건 아니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않고 차분히 말하는 게 좋아.
윤아: 그럼, “오늘 소개팅 좋았어요”라고 말하면서 상대도 좋았는지 물어보면 되겠네.
승호: 그렇지.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히면 아쉽겠지만, 거기서 연락을 멈추는 게 맞아. 만약 상대도 좋았다고 하면 다음 약속을 잡으면 돼.
윤아: 나는 상대가 마음에 들었는데, 상대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정말 슬프겠다.
승호: 인간관계가 자기 생각대로만 된다면 소개팅을 할 필요가 없을걸? 하지만 그게 안되잖아. 그런 이유로 이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하고.
윤아: 사람은 소중하니까, 소개팅에서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겠네.
승호: 소개팅 같은 첫 만남에서는 상대의 전체 모습 중 10~20퍼센트 정도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 첫 만남에 자신의 전체 모습을 반에 반도 보여주기 어렵거든.
윤아: 상대에게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한두 번 정도는 애프터를 해보라는 말이네?
승호: 나는 사람에겐 굉장히 많은 것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거든.
윤아: 사람의 성격, 인생관, 가치관, 성품, 인성, 지식, 매너, 소망, 가족관계 같은 거?
승호: 소개팅 한 번으로 그런 걸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어. 그리고 평소에 애인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두지 않는 게 좋아. 왜냐하면 세상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난 모든 사람과 연인이 될 수 없거든?
윤아: 후, 멀쩡하다가 갑자기 이상해지는 저 왕자병을 어떻게 고치지?
승호: 내 단점을 알고도 만나 주니 참으로 고맙군요.
윤아: 됐고, 나 소개팅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우리 소개팅 한 번 해볼래?
승호: 소개팅은 모르는 사람과 하는 거잖아.
윤아: 서로 모른 척하고 한 번 해보자고. 시작한다!
승호: 어, 어...
윤아: 안녕하세요, 윤아라고 합니다. 오는 길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승호: 안녕하세요, 승호입니다. 여기 우리 집 근처라서 금방 왔어요.
윤아: 아, 이 동네 사세요? 얼마나 오래 여기서 사셨어요?
승호: 너, 말을 잘 이어가네.
윤아: 집중해 주실래요?
소개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동등한 만남이지만, 지원자와 평가자라는 동등하지 않는 만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평가자의 위치가 지원자의 위치보다 높기 때문에, 소개팅에서 자신을 평가자로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상대방을 평가하는 데만 집중하면 자신이 상대방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게 됩니다. 소개팅이 끝난 후 상대방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자신이 불편한 인상을 주진 않았는지, 대화 분위기를 어렵게 만들진 않았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오늘의 소개팅이 헛된 시간이 되지 않고, 애프터 만남이든 다음 소개팅이든 더 나은 자신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승호와 윤아는 친구 사이일 때나 애인 사이일 때나 가끔씩 다툽니다. 서로 다투고 나서 어떻게 해야 계속 잘 지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