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닉과 집착ㅡ쇼핑 이야기

쇼핑중독 벗어나기

by 바다숲

옷장이 터질 것 같은데 사고, 또 사고. 유튜브에서 옷 부피 줄이는 법을 검색해서 테트리스처럼 접어 끼워 넣는다. 더 이상 밀어 넣을 공간이 없으면, 죄다 꺼내 입어보고 작아진 옷은 의류함이 뱉어낼 정도로 싹 갖다 버린다. 비워진 공간은 바로 또 채워 넣는다. 비닐도 안 벗기고 택도 안 뗀 옷들이 쌓여 가고 곧바로 잊혀진다. 기쁨은 잠깐이다. 미친듯이 검색하고 흥미가 시들 걸 알면서도 결제할 때와 배송받을 때, 둑이 터지듯 몰려오는 나른한 만족감과 쾌감에 다시금 굴복하고 만다.


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대야 할지 모를 때, 머리가 어지럽고 현실을 회피하고 싶을 때, 홈쇼핑 채널을 켜거나 온라인 쇼핑에 몰두한다. 새로운 옷이 헹거 맨 앞에 걸린다. 맨 앞에 걸지 않으면 금세 머릿속에서 잊힌다. 이러다 헹거는 무너지고 깔린 옷들이 비명을 지를 것만 같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심리서적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갈망하는 게 있음ㅡ안달 남ㅡ괴로움

갈망하는 걸 얻지 못함ㅡ괴로움

갈망하는 걸 얻음ㅡ 즐거움이 곧 끝남ㅡ괴로움.


얻든지 못 얻든지 간에 결국엔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밤에 누우면, 핸드폰이 손에서 저절로 툭 하고 떨어질 때까지 쇼핑을 한다. 아침에 결제내역을 봐도 뭘 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전에 살던 동네에 구제 의류점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비쌌지만, 가게 밖 헹거에는 천 원짜리 티셔츠부터 오천 원짜리 아우터가 즐비했다. 삼천 원에 사서 일 년 내 진짜 빵꾸날 때까지 입다 버렸다. 맨날 도서관이나 오가는 삶에 좋은 옷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

그날도 설레면서 전재산인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고이 접어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갔는데, 계산하려고 찾아보니 돈이 도망가고 온데간데없었다. 당황스럽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큰돈과 쇼핑의 즐거움을 지키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걸어온 길을 되짚어 내내 땅바닥만 보고 집에 돌아갔다.


쇼핑욕구를 강제 봉합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보상심리라면 핑계가 치사하다. 언제까지 어둡고 좁은 과거의 터널에 갇혀 있을텐가. 남들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외면했을 때 더 기분이 좋아진다. 연구단계의 자율주행자동차처럼, 급발진 차량처럼 위험하다. 결제했다 배송 전 취소하길 몇십 번이고 반복하는, 결제 욕구에 덜덜 떠는 금단현상과 죄책감이 동반되니, 쇼핑중독이 맞다.


멋지게 차려입은 나를 상상하며 옷을 산다. 그러나 현실은 멋지기는커녕 몸에 맞지도 않다. 거울로 또는 길거리의 쇼윈도로 사진으로만 확인하고 그 외엔 감상할 수조차 없는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비싼 포장지일 뿐이다. ‘나 별일 없어요. 나 잘 살아요' 내게 아무 관심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하는 중이다.


영원히 만족은 없을 것이다. 먹을수록 배가 고픈 것처럼 쇼핑 욕구도 가질수록 채워지지 않는다. 쇼핑은 또다른 쇼핑을 낳고 끝없이 새로운 아이템이 마음을 지배한다. 결핍과 불안을 인정하고 조금씩 벗어나야 . 밑 빠진 독 대신 튼튼한 다른 독을 찾듯 만족감을 안겨주는 다른 건강한 수단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혼탁해진 강물 속을 들여다보듯 끝없는 허기와 욕망으로 흐려진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P.s 쇼핑 중독 벗어나는 법


1. 쇼핑하기 굉장히 어렵게 만든다. 인간은 게으르다.

쇼핑중독인 사람들 중엔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회원 탈퇴. 로그아웃, 앱 삭제, 아이콘

홈화면에 노출 안 되게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2. 낯선 곳으로 떠나기. 길 찾기 용도로만 폰사용한다.

핸드폰이 오래된 것이면 더 좋다. 배터리가 무섭게

빨리 닳아 쇼핑사이트를 켤 수가 없다.


3. 지리멸렬해질 때까지 쇼핑하기. 이건... 사실 비추다.


4. 두통에 시달리기. 스크롤을 내리면서 화면을 쳐다보면

속이 더 울렁거린다.


5. 살을 빼면 그때 옷을 사기로 다짐 또 다짐한다.


6. 싸다고 사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듯이 이쁜 쓰레기 된다.


7. 미래 내 모습 떠올려보기. 노화어플 활용해서

70세, 80세의 나를 미리 보기 하면 미모 그까짓 거

소용없음을 깨닫고 꾸밈비용이 아깝게 느껴진다.


8. 건강한 중독으로 바꿔보기. 운동, 글쓰기, 독서,

공부, 취미, 여행, 꿈에 중독돼보자 하는 건 너무

교과서적인가.


9. 버려지는 옷들이 후손과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


10. 못 가진 것 말고 가진 것들 돌아보기.

집에 있는 옷을 죄다

꺼내 입거나 걸쳐보면, 지금 사려는 것과

비슷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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