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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익숙해지기까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를 위한 방향

by 감정의 기록

30대 후반의 나이에 자유를 선택한다는 건

그저 즐겁고 쉬운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한창 내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달려야 하는 시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나의 울타리를 허물고,

다시 바닥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득, 예전에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이 나이는 뭔가 새롭게 시작하기도, 그냥 두기도 참 애매해."

이 말을 계속해서 되새이게 됐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시작에는 때가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심장이 뛰는 속도는 다르다.

뜨겁게 열정이 타오르지만, 그만큼 초조함이 짙어진다.

그래서일까?

내 심장은 어느 때보다 미친 듯이 뛰고 있다.


아무런 계획도, 아무런 확신도 없이

단지, '이 길이 내 길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만으로 회사를 나왔다.

진짜 자유를 얻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안다.


이 나이에 퇴사를 하면 세상의 시선이 달라진다.

"무슨 사업할 건가 봐. 언제부터 준비해 온 거지?"

"어떻게 직장을 만족하며 다녀. 다들 그냥 하는 거지."

"이 나이에 뭘 새로 한다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걱정의 가면 속 안타깝게 혀를 찬다.

"아직도 직업을 고민하다니... "


하지만 괜찮다.

나이는 내가 먹는다.

회사를 나온 것도 나다.

앞으로의 시간도 전부 내 거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때때로 타인의 인생을 마음대로 판단한다.

어쩌면 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해도

그들은 또다시 혀를 차며 날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새로운 길 위에 있든, 다시 같은 길로 돌아가든,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나로 살아가고 있다.


자유가 익숙해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흔들리고, 때로는 두려울 거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떨림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란 것 또한 알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보다

내 마음의 방향을 믿으며 걷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조금은 느리지만,

나는 나의 자유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분명, 나를 위한 자유가 내 시간 속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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