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몰랐던, 두발 자전거 타는 법

페달 없는 자전거의 마법

by 그랑바쌈

아이가 6~7살쯤 되면 아빠는 자전거를 가르쳐야 한다는 계시(?)를 받는다.

곧죽어도 두발 자전거는 두발로 배워야지 하며, 보조 바퀴 달린 자전거는 사양.

일단 두발자전거부터 구입한다.

아이를 태우고 뒤에서 잡아주며 비틀비틀.

됐다 싶을 때 손을 떼보지만, 아이는 영락없이 넘어지고 만다.

운동신경이 없는지 중심을 못 잡는다.

얼마 못가 아빠의 허리가 아파오고 인내심은 바닥을 친다.


'내가 어떻게 자전거를 배웠더라?' 생각해본다.

그냥 비틀비틀 넘어지면서 배운 것 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지만, 결국 어떤 방식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는지는 입력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빠들은 자신의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에게 가르친다.

'자전거 타는 법 배우기 종합 패키지'라고 해야 하나.


나 역시 그랬다.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내 애를 태웠다.

"페달을 밟으라고! 멈추지 말고!"

"핸들 꺾어야지!"

답답함에 목소리 피치가 올라간다.

몸 따로 자전거 따로 노는 게 답답한 건 아이도 마찬가지다.


안쓰럽게 지켜보던 와이프가 어느 날 웬 두발로 된 탈 것을 가져왔다.

자전거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건 페달이 없기 때문이다.

"여보 유튜브에서 보니까 요샌 이걸로 많이 배우더라고"

한적한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뒤 자전거길로 갔다. 각도가 낮은 내리막 구간을 찾았다.

아이를 앉힌 다음 출발시켰다. 아들의 두 손은 핸들을 꽉 붙잡았다.

페달이 없으니 두 다리는 허공에 좌우로 쭉 뻗은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가다가 중심을 잃으면 발로 땅을 짚어 넘어지기 전에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페달을 밟지 않으니 아이는 몸의 중심을 잡는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시도만에 이삼십여 미터 거리를 멈추지 않고 직진하는데 성공.

거리는 조금씩 늘어났다.

이윽고 아내가 페달이 달린 진짜 자전거를 가져왔다.

아이는 좀 전과 같은 방식으로 페달에 발을 대지 않고 그냥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지금이야" 하는 엄마의 신호와 함께 두 페달에 발을 실었다.

싱~싱~자전거는 중심을 잃지 않고 곧장 속도를 내며 전진했다.

환호와 감격.


그렇게 하루 만에 7살 아들은 자전거 타기를 마스터했다.

좌우 균형을 먼저 잡아야 다음 동작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균형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페달에 힘을 실으면 넘어질 수밖에.

아.. 지금껏 자전거 가르치기를 통해 아빠들이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생은 뭘로 보상받아야 하나.


아이를 키우면서 과거에 묻히고만 나의 어리석음과 실수들을 하나 둘 복기해나간다.

내가 지금 이루어낸 것들조차 오롯이 나의 성취가 아니며

오랜 세월의 무게와 그 사이에 간간이 찾아든 행운(은혜) 덕분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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