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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가르치는 아빠수업
04화
당신은 몰랐던, 아이와 목욕탕 함께 가기의 비밀
코로나가 야속한 또 한 가지 이유
by
그랑바쌈
Dec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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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가장 아쉬운 점을 딱 한 가지 고르라면 난 주저 없이 목욕탕을 꼽겠다.
목욕탕 이용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바이러스의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무리한 외출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탕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뉴스를 보고선 생각을 접었다.
(목욕탕을 운영하시는 분들께는 너무 안타깝고 송구하다)
집집마다 샤워실에
욕조까지 갖춘 시대에
예전처럼 목욕탕에 못 간다고
때가 겹겹이 싸이는 것도 아닌데, 왜 목욕탕이냐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들과 목욕탕을 못 가게 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해가 바뀌면 6학년이 되는 우리 집 장남
목소리가 빽빽 갈라진 지는 벌써 일 년쯤 됐다.
성대는 낮은 음자리로 내려왔는데 소리는 높은 음자리를 때려대며
생겨나는 파열음이다.
목소리는 변했어도 하는 짓은 그대로였는데
얼마 전부터 행동도 바뀌기 시작했다.
칭찬 듣기를 싫어하고 장난도 거부한다.
코밑이 거뭇거뭇하다고 신기해했더니
못마땅한 듯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모든 아빠와 아들은 그렇게 어색해진다.
둘의 관계가 인간 대 인간, 남자 대 남자로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오는 필연적인 어색함이다.
이 어색함을 중화시켜주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난 목욕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알몸을 확인하며
아빠는 아들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아들은 아빠의 늙어감을
발견한다
.
어릴 적 아버지와 목욕탕 가는 게 그렇게 싫었다
.
피부가 벗겨질 만큼 아프게
때
를 밀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러던 아버지가 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이제 고마 니가 밀으라" 하며 때밀기의 독립을 허락하셨다.
난 만세를 외쳤지만 실은 고된 때밀이 노동에서 해방된 아버지가 축배를 들 일이었다.
이후로도 아버지와 나는 꽤 오랜 시간 목욕탕을 함께 다니며 서로에게 등을 맡겼다.
그 곳에서, 팔다리는 얇아지고 어깨는 처지며 배가 볼썽사납게 나오는
아버지의 몸을 순간순간 눈에 담으며
,
나는 아버지의
늙고
나약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사이 아들은 쑥쑥 자라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몸 구석구석에 hair꽃이 얼마나 피어올랐는지
알 길이 없는 나는 아직도 녀석을 마냥 귀여운 꼬맹이로 대하는 실수를 종종 범한다.
모두가 코로나가 사라지면 일상이 돌아올 거라 기대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들도 있다.
아들의 사춘기도,
목욕탕의 추억도
.
갑자기 코로나가 더 미워진다.
*커버 사진은 동화 <때 빼고 광내고 우리동네 목욕탕>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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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코로나
아빠와아들
Brunch Book
아이가 가르치는 아빠수업
02
당신은 몰랐던, 책 읽어주기의 비밀
03
당신은 몰랐던, 아이의 계산법
04
당신은 몰랐던, 아이와 목욕탕 함께 가기의 비밀
05
당신은 몰랐던, 세 자녀 육아의 비밀
06
당신은 몰랐던, 계단 오르기의 비밀
아이가 가르치는 아빠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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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바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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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작가
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저자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친구같은 아빠의 행복한 글쓰기. 인생의 쓴맛 단맛을 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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