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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황석영, 590권

by 우보 Feb 16. 2025


감상

객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들어봤다.
서울이 객지가 되고
객지였던 곳이 고향이 되어 간다.
이 책의 인물들은 공사판을 떠도는
객지인들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같이 취식하고 함바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그런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때는 60년대 어딘가.
현실은 지금이라고 별반 달라졌을까 싶다.
임금은 올랐지만
노동자를 착취해가는 건설현장의 모습은 비슷할 것 같다.

철도원 삼대의 굴뚝농성 노동자와 수십년 전 객지에서의
일용직은 평행하다.​


이 책의 한 문장
그는 자기의 결의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었으며, 거의텅 비어버린 듯한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놀랐다. ​





#

대위라고 불린 키 큰 사내가 다가왔다. 그의 어깨는 탄탄해보이는 반면 등이 구부정해 보였다. 강파르고 야무지게 보이는 얼굴이다. 대위가 침을 듬뿍 발라 담배 두 대를 단단하게 말아냈다.



#

그들은 날마다 이 무렵에 녹초가 되어 있었고, 땅과 개펄과 바다의 세 가닥 선이 이루어놓은 전경은 사실 단조롭고 답답해 보였다.​



#

장씨는 희미하게 자기의 고개를 흔들어 보였는데 대위가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수많은 공사판에서 객기를 부리는 젊은이들의 천작을 겪어봐서 알지만,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남의 일에 관여 않는 게 나잇값이란 거였다.​



#

"십장이 도로꼬에 태워 갔네."

"돌에 무릎을 찍혔소."

라고 그들은 말했다. 어둠 속에서 바퀴가 레일에 걸리는 소리와 종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불빛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검붉은 색깔로 일렁거렸다. 먼 마을에서 개가 짖었고 새벽이 가까워진 듯하였다.



#

미장이의 말은 사는 걸 어렵게 생각 말고 쉽게 살려고 애쓴다면 부랑 노무자처럼 속 편한 게 없다는 거였다. 막상 겪고 살아온 이제 와서 그자의 말이 입에 발린 헛나발이란 걸 대위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절후가 꼭꼭 맞아떨어지며 일거리가 가는 곳마다 기다린다면 그는 평생을 객지로 떠돌아다녀도 여한이 없을 거였다.



#

그는 자기의 결의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었으며, 거의텅 비어버린 듯한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놀랐다. 알 수 없는 강렬한 희망이 어디선가 솟아올라 그를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동혁은 상대편 사람들과 동료 인부들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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