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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591권

by 우보 Feb 24. 2025

감상

일본을 바라볼 때 감상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일본이라면 싸놓고 싫어하거나, 좋아 한다.

언젠가 노재팬 붐이 불었었나 싶기도하다.


이 책은 보다 숫자에 기반해서 일본을 보도록 설명한다.


일본이 가진 해외 금융 순자산이 세계 1위로

지금의 일본의 국가부채를 버티게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다만 금융 자산의 대부분을 노인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미래를 어둡게 한다.


슈레이, 노렌, 모노즈쿠리 등 일본 문화 및 경제의 근간을 이해하는 설명들도 친절하다.


유튜브 위즈덤칼리지에서 이창민 교수의 강의를 보고 읽으면 책의 내용이 더 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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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서 가업을 계승하는 것은 비단 정치만이 아니다. 가부키歌舞伎나 라쿠고와 같은 전통 예술 분야에서는 오히려 가업을 계승하지 않는 경우를 찾기가 더 힘들다. 전통 예술 분야에서는 슈메이라고 해서 선대의 이름을 계승하는 전통이 있다.

슈메이 기념식은 크고 화려한 무대를 빌려 하나의 공연처럼 치러지는데, 관객도 있고 입장료도 받는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았을 때, 이치카와 가문(정확히는 호리코시 가문)은 족히 36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가부키를 가업으로 계승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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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까지 승진한 종업원이 독립할 때는 가게 상호인 야고屋号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는데, 이것을 '노렌을 나눈다'는 뜻으로 노렌와케라고 불렀다. 노렌이란 천으로 만들어 문 앞에 내거는 일종의 간판인데 지금도 노렌을 걸고 장사하는 일식집을 많이 볼 수 있다. 상가 당주의 허락하에 같은 야고를 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으며, 인정을 받았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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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를 철학哲学으로, society를 사회로, copyright를 판권으로, baseball을 야구로 번역한 것은 메이지 시기의 지식인들이었다. 근대화 시기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개념들을 당시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개량의 흔적들이다. 메이지 시기의 근대화 과정은 화혼양재和魂洋, 즉 서양의 문물을 재로 삼아 일본의 혼을 담아내는 정신이 강조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양의 기술과 일본다움을 결합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화혼양재의 개량 능력은 산업 혁명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를 견인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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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전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의 몰락을 설명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과잉 기술, 과잉 품질 문제이다. 소니가 그랬듯이 많은 일본 기업들은 목표가 정해지면 궁극의 수준까지 연마하는, 일종의 장인 정신으로 물건을 만들어 왔다. 일본어로 모노즈쿠리라고 하는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 문화'는 일본 기업들을 품질 제일주의의 세계적인 기업들로 키워냈지만, 반대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기업들로 변질시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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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개발에 박차를 가한 미국은 결국 개발 중이던 레이더를 조기에 전투에 투입하게 되었고, 100km 밖에서도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던 레이더 덕에 전세는 완전히 미군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제로센의 기동성과 파일럿의 숙련도를 궁극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일본군이 전쟁 초기에는 승기를 잡았지만,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전투하는 방식을 바꾼 덕에 미군은 상대방의  능력을 무력화시키고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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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무라 교수의 예측이 빗나간 첫 번째 원인은 인구 변화보다 가구 수 변화에 주택 수요가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993년 일본의 가구 수(4,116만)보다 2018년 가구 수(5,400만)는 30%나 증가했다. 1인 가구나 핵가족 세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구 수가 늘어났다면 주택 수요가 증가했을 테니 수요·공급의 원리를 생각하면 당연히 주택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해야 하는데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두 번째 원인인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만큼 정부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는 재화도 없다. 1980년대 후반 주가와 지가가 천정부지로 뛰자, 일본 사회는 자산이 많은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심해졌다. 당시 여론도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월급쟁이 5년 치 연봉으로 집을 살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금융권의 부동산 융자에 대한상한선을 정한 이른바 총량 규제를 실시하면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많은 일본인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고 있는 대략적인 버블 붕괴의 스토리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가져온 것은 총량 규제라는 수요 억제책이 아닌 신축 주택의 공급 폭탄이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은 매년 170만 호의 신축 주택을 공급했는데, 당시 인구가 두 배 많았던 미국이 매년 150만 호 정도의 신축 주택을 공급한 것을 생각해 보면 가히 공급 폭탄이라 할 만하다.

공급의 규모는 이후에도 크게 줄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매년 100~120만호의 신축 주택이 공급되었고, 2010년대에는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매년 80~90만 호가 공급되면서 <그림 2-5>에서 보듯이, 신축 주택의 증가 속도가 가구 수의 증가 속도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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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가계가 많은 저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가난할지라도 국민은 부자인 나라가 지금의 일본이다.


다만 부자 국민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먼저 누가 금융 자산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가계 금융 자산의 세대별 보유 실태를 보면 60대가 28.5%, 70대 이상이 40.0%로 사실상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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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제점은 가계의 금융 자산이 주식과 채권같은 직접 금융을 통해 성장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을 경유해서 정부 부문으로 전부 흡수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덕분에 정부가 파산하지 않고, 근근이 생명을 이어 갈 수는 있지만 경제 성장 없이 고령층이 보유한 저축만으로 연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가겠지만 영원히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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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발표 기준 2020년 세계 5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GDP가 2조 6,400억달러로 일본의 대외 순자산보다 작다. 일본은 영국 GDP보다도 더 큰 규모의 금융 자산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매년 발표되는 대외 순자산의 순위를 보면, 2위 독일, 3위 중국을 누르고 일본은 30년 넘게 대외 순자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도 4,775억 달러라는 꽤 큰 규모의 대외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본의 덩치가 너무 커서 규모로는 일본의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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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든든한 금융 자산 덕에 당장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일본 청년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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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냉장고는 뒷면 안쪽에 부착된 냉각기가 내부 공기를 빨아들여 온도를 차갑게 한 뒤 다시 배출하는 간접 냉각 방식을 사용하지만, 김치냉장고는 저장실 외부를 냉각 코일로 감싸서 직접 냉각해 식품을 촉촉하게 보관하고 일정온도를 유지해 주는 기술이 사용된다. 냉장고보다 훨씬 진화한 가전제품이 김치냉장고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 세계에서 김치냉장고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대한민국의 가전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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