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합니다. 누구라도 문구점

희망을 나누는 곳-『누구라도 문구점』

by 책닮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는 말은 어릴 적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1일 1 문구점,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1일 2 문구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등교할 때, 하교할 때, 나는 문구점에 항상 들렀다.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많아서, 꼭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들르는 곳이 아니었다. 그저 익숙한 장면과 정겨운 사람이 있는 곳이라서, 발길이 닿아서 매일매일 드나들 뿐. 등교할 때면 문구점 주인아저씨, 아줌마에게 새로 산 옷을 실컷 자랑하러 갔다. 하굣길에는 맛있는 간식을 사려고 들렀다.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며 먹어도 될 터인데, 꼭 문구점 안에서 천천히 간식을 먹으며 문구점의 풍경을, 분위기를 즐겼다. 또 간식 먹는 그 시간 동안 중요한 기밀이 오가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전해 들은 옆집 문구점 신상품에 대해 주인아줌마에게 귀띔 해주며 관계를 더욱 특별히 이어가기도 하고, 샘플처럼 나온 신상 아이템을 선물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가장 섭섭했던 것은, 문구점에 매일 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나는, 학교 근처 새로운 문구점을 뚫었다. 당시에 연예인을 좋아하는 오빠부대가 유행했고, 나는 많은 가수들 중에 젝스키스에 빠져있었다. 문구점에는 나의 오빠들의 사진이 매일 새롭게 들어왔고, 언제나 그랬듯이, 하루도 빠짐없이 문구점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것을 찾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우정을 키우고, 꿈을 그리던 곳이 문구점이었다.


문구점에서의 추억이 많아서 그럴까?

어른이 된 지금도 문구점에 가는 것이 참 좋다. 특히 친구와 함께 주고받았던 편지지 코너는 내 발걸음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하,,, 그래, 쉴 새 없이 편지를 썼었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가 답장이랄 것도 없이.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낸, 그러다 잊혀버린 어린 시절 친구의 싱긋 웃는 얼굴과 청량했던 웃음소리가 눈가에, 귓가에 선명하게 드리운다.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린 편지지. 그래서 선뜻 나의 지갑을 열어 품속에 품지는 않지만, 문구점 속 그때 그 코너에 가면 나의 우정과 사랑, 꿈 그리고 희망이 모두 숨 쉬고 있다. 마치 그 옛날 꿈 많고, 열정 가득하던 소녀가 깨어난 것처럼.




이러한 맘과 같은 그림책이 있다.

이해인 수녀님의 <누구라도 문구점>.


수녀님은 문구점을 참 좋아한다. 문구점을 들를 때마다 꿈꾸는 어린이가 된단다.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살뜰히 챙겨주는 주인을 바라보는 것 모두 즐겁다. 문구점을 좋아하는 수녀님은 가끔 상상 속의 문구점 주인이 될 때가 있다. 가게 이름은 '누구라도 문구점.' 수녀님이 운영하는 누구라도 문구점은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아름다운 시가 묻혀있고, 꽃내음이 가득하다. 누구라도 들어와 편지를 쓰며 마음을 느끼고, 때로는 그 누구라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벗과 이웃이 되어준다. 사야 할 물건이 없어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것들이 많은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느라, 서로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어려워진 요즘이다. 나의 몫을 챙기며 빼앗기지 않으려 하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어 나눔의 행복을 경험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것을 온전히 지킴으로써 상실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각박한 현실일수록 우리 가슴속 귀퉁이에 꽁꽁 닫아놓았던 나만의 문구점 셔터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쓸만한 물건이 별로 없을 수도 있고, 핫한 신상품이라곤 더더욱 없는 구닥다리 문구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매력과 지혜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는가! 자신만의 꿈과 사랑을 담은, 그래서 내가 가진 희망을 나눌 수 있는 '누구라도 문구점'을 활짝 열어보자.


때로는 자신의 문구점을 지키기가 어려울 때도 있을 테다. 그런 날이면 잠시 휴업 중을 내걸고 다른 사람의 문구점에도 문을 두드리면 좋겠다. 새로 만난 문구점 책상 귀퉁이를 잠깐 빌려보기. 그리고 힘들어 지친 나에게 위로의 편지를 끄적여 보고, 시 한 편에 담긴 응원의 문장도 읊조려 보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에 기대어 함께 희망을 찾아가길 바라본다.



부모라는 무거운 갑옷에 짓눌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린 사람,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느라 미리 장전해 놓은 총알을 다 써버린 사람, 말이라는 화살이 가슴에 박혀 상처가 덧나 짓무르고 있는 사람, 공부하느라 어깨에 커다란 피로곰 우루땡을 업고 다니는 학생들, 장난감이 부서져 세상을 다 잃은 슬픔을 느낀 아이들까지 모두 나의 문구점에 초대하고 싶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나의 문구점 속에서 그림책 한 권 나누며 작은 기쁨과 행복, 희망을 얻어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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