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업무 시간이었다. 바쁘게 일을 하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참 맑았다.
높아진 기온에 며칠 전 내렸던 눈들도 모두 녹아 땅으로 스며들거나 군데군데 얕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당장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다.
아직 1월이니 또 언제 기온이 뚝 떨어져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4월의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길로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팔자에도 없는 기상캐스터 노릇을 했다.
"바깥이 완전 봄 날씨야!"
"대뜸 전화해서 뭔 소리래?"
"그냥, 꽃구경 가고 싶은 날이길래. 생각나서 전화해 봤지. 일하는데 방해해서 미안. 끊을게."
뜬금없는 전화에 당황한 것도 잠시, 아내는 곧바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 봤어, 하늘 진짜 맑네! 나도 오늘 같은 날은 오빠랑 어디든 놀러 가고 싶다!'
아내의 화답에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기뻐했다.
서로 일 때문에 지금 당장 어딘가로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었고, 아직 어디를 가더라도 앙상한 가지들뿐인 혹독한 겨울이었지만, 함께하는 상상만으로도 봄이 지척에 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