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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Mar 16. 2021

안전 퇴사하다

퇴사 디데이 프로젝트

10년을 기다려온 퇴사의 꿈이 실현됐다. 입사와 동시에 생겼던 퇴사의 꿈. 드디어 10년의 D사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퇴사가 이렇게 간단한 일일 줄이야... 그동안의 고민이 무색해질 정도로 퇴사는 간단하게 진행됐다. 


그간 퇴사를 앞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정신없어 보였다. 여기저기 인사 다니고 같이 밥 먹을 약속 잡고 이래 저래 바쁜 모양새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퇴사할 때는 세상 조용히 사라지리라'.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조용히 퇴사를 준비했다. 송별회를 준비하겠다는 우리 신입이들의 제안을 '코시국'이라는 이유로 거절하고 간단한 1시간 정도의 회의 겸 티타임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한두 명 친분이 있던 사람들과만 간단한 점심과 저녁으로 마무리했다.


오전에는 오너와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나는 고용자라는 입장이라기보다는 파트너라는 입장으로 일에 임했기 때문에 그 앞에서 당당했다. 마지막이니만큼 그간 쌓였던 것 다 말하라길래 진짜 다 말하고 나왔다. 나는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서로의 갈길이 달라 같이 갈 수 없는 이 상황, 그리고 직원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 분명 재택이 가능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상황에도 매일매일 출근해야 했던 우리의 마음.


'여기는 좀비가 나와도 출근할 거 같네요.'


마지막엔 좀 미안할 정도로 퍼부었던 거 같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그는 아무 타격 없었을 거다.


짐들도 3주 전부터 하나 둘 챙겨 왔기 때문에 딱히 챙길 건 없었다. 그리고 퇴사 날 컴퓨터를 정리하고 팀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사실 이 점심도 패스하고 싶었지만 팀장님이 강제로 진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친한 강사님의 꽃다발이 도착해 있었다.





그래, 나름 잘 살았나 보다.


프리지어의 꽃말 중에는 '당신의 앞날'이라는 말이 있다. 내 앞날을 함께 고민해 주시는 고마운 사람. 내 앞날도 프리지어처럼 황금빛이 될 수 있겠지?(갑자기 감성 무엇 ㅎㅎ)


짐을 챙기고 여기저기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다녔는데, IT지원팀 분들은 얘기 들은 적 없다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셔서 내가 더 놀란 해프닝도 있었다. 계획대로 되었군. ㅎ




어쨌든 나는 드디어 '퇴사 디데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안전 퇴사했다.


퇴사, 진짜 별 거 아니더라. 한 번 했으니, 두 번은 못할쏘냐.


퇴사를 3일 앞둔 지난주 화요일,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도 들고 불안한 마음도 생겼던 타이밍에 C사의 인재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다. 스타트업에서 한 번쯤 일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터라 다른 곳은 아니더라도 이곳은 한번 지원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포트폴리오 요청 연락을 받아 가지고 있던 포트폴리오를 전달했고, 그날 바로 면접 날짜를 잡았다.




과연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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