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yverse Oct 06. 2020

조금 특별한 사랑

국제결혼에 대한 고찰

대학교 인문 교양 시간에 포스트 모더니즘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은 생각이 항상 난다.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은 모두들 나의 스토리를 말하고 싶어 하는 시대의 문학이고, 이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가 있는 영화를 보고 만족하기보다는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고,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그런 시대가 전개될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상을 보면 많이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블로그 시대를 지나서 이제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나의 일상,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미디어가 훨씬 많아졌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들이 사회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게 새로운 직업이 될 정도이니.


무튼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알기 전부터 난 내 앨범 속의 내 자신을 백만번 들여다 보고 내가 사진을 찍은 당시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다시 기억해내기를 좋아했고, 내 편 이야기와 내가 가졌던 감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를 좋아했던 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아이가 커서는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거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내 스토리를 가지고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에 공유도 많이 시도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같은 맥락에서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싶어서 브런치에 갑자기 이 프롤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18일 오전 10시가 좀 넘은 아침.        

아기를 낳은 지 7일째 되어가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의 유난히 쾌창하고 여유로운 오늘 아침. 교포는 아니지만 한국어로 책도 많이 안 읽고, 한국을 떠나 지낸지도 7년 차 접어들어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그래도 모국어라고 문뜩 내 언어로 내 지난 7년에 대한 생각을 남기고 싶어 졌다. 한국에서 만나 동거부터 결혼, 그리고 이제 첫아기 출산까지 나와 함께해온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한 나의 국제 연애 및 결혼에 대한 생각을.

그렇게 명명하고 나면 엄청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겪어온 지난 7년간의 이야기를 누군가는 관심 있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 글로 남겨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평상시 멀리서나마 아무리 많이 톡을 하고 보톡으로 수다를 떨어도 깊은 마음속 생각을 다 전달하기에는 시간과 상황이 너무 부족해져 가는 우리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나를 해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엄마가 나에게 혹독한 현실감각을 길러준 반면, 글은 잘 쓴다고 몇 번 칭찬해 준 적은 있기에 거기에 힘을 받았나 보다. 말로 하기엔 눈물만 나올 거 같고,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몇 글자로만 공유하기엔 너무 많은 비하인드 씬들이 가득한 내 삶이 부족하고 부끄럽지만 멀리서 나마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 사회에 은근슬쩍 흘려보고 싶고, 그 반응도 너무 궁금하다. 비판과 비평도 두렵고 그게 격려보다 더 심할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도 난 순수하게 사랑에 빠져 열렬히 사랑했고, 열심히 생존했으며, 순간순간을 최선으로 헤쳐나가며 살아왔고 무엇보다 결론적으로 매 순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선택했기에 후회나 두려움은 없다. 무엇보다 항상 그렇게만 살아온 프랑스인 남편 덕분에 어찌 보면 나도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믿고 함께 견뎌올 수 있었으며, 항상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충실하다 보면 행복한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내 삶에 대한 정당화, 여태껏 해온 행동에 대한 방어, 의도치 않았으나 그렇게 들릴 수도 있는 은근한 자랑, 그리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나와 내 가족의 행복 추구만을 최우선화한 결과로 보여진 나의 이기심이 앞으로 전개될 페이지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때로는 반감과 증오, 때로는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 걸로 예상되는 미래의 독자 여러분들께 미리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관심 있는 분들은 그냥 쉽게 쉽게 읽어 달라고.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the_young_heiress

생후 2주가 된 우리 튀기
눈물 많은 모녀
베이비문 여행중 남편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