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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레인 덤프 – 내 안에 모든 것을 쏟아 내기

루틴 5.5 - 9

by 루메제니

한 번은 무슨 말만 해도 눈물이 핑 돈다는 30대 후반 미용실 사장님을 만났다. 그녀는 원인 불명의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병원에 가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통증으로 인한 피로와 예민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더 큰 고민은 별것 아닌 일에도 툭하면 눈물이 고인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눈물이 맺힌 그녀의 모습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별 일이 아니라며, 그저 시도 때도 없이 고이는 눈물이 문제라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꾸준하지 못했고, 그때문인지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사람들을 만나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했다.그것이 그녀의 루틴이었다.


나는 그녀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더 시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전했다. 일상의 루틴부터 제대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의 ‘루틴 설계’가 시작되었다.


루틴 설계의 첫 번째 단계로 실행한 것은 복잡한 머릿속 생각 정리에 효과가 탁월한 ‘Brain Dump (브레인 덤프)’다. 내가 브레인 덤프의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간다 마사노리의 “전뇌 사고”라는 책을 통해서다. 나는 직원 없이 혼자서 수입차 부품 도소매를 5년 이상 운영했다. 연 매출 7억이 넘는 사업체를 혼자 관리하다 보니 내 머릿속은 항상 해야 할 일들로 가득했다. 발주, 청구, 협상, 경영 실무 등 여러 개의 정보를 처리하느라, 중요한 일을 놓치는 실수가 많았다. 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던 중 브레인 덤프를 접하게 되었다.


브레인 덤프는 말 그대로 Brain(뇌, 머리)를 Dump(쏟아내기)는 작업이다. 머릿속 복잡한 정보와 생각을 종이 위에 모두 쏟아내고 나면 개운함은 덤이다. 이렇게 하면 여러 정보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 가뿐하게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예술가인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서도 브레인 덤프와 유사한 방법이 소개된다. 아침에 머릿속에 모든 것을 쏟아내듯 글을 쓰는 행위인 ‘모닝 페이지’라는 기법이다. 이는 창조성 회복의 도구로 활용된다.


이처럼 브레인 덤프는 비즈니스를 하거나 창의성을 발달 시키는 용도로도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나는 이 방법을 누구나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는 채우기에만 급급한 삶을 살아가느라 비워내는 일에 소홀하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매일 바뀌는 목표들을 꾸역 꾸역 채워가며 산다. 실현되지 않은 목표들만 축적되고, 그로 인한 온갖 생각들은 비워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병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불안과 걱정,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로 가득 찬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지갑과 같다. 지갑 안의 내용물들을 테이블 위에 탈탈 털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들은 빈 페이지 위에 털어버리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생각을 종이 위에 가시적인 실체로 꺼내는 것이다. 종이 위에 꺼내 놓으면 복잡함의 실마리가 보인다. 마음의 혼란은 잠잠해지고,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보다 지금 내가 직면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모습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서류 정리에 집착하던 사람은 프로젝트 기획을 정확히 완수하는 것이 우선했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자잘한 집안일보다는 몸과 마음 건강을 챙겨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그 중 가장 많이 드러나는 문제로는 이미 지나간 재정 문제나 인간관계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지난 영수증 같은 문제들은 쏟아내고,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머릿속이 온갖 걱정들로 가득 차 있으면 영문모를 불안과 조급함에 쫓긴다. 그런 상태로는 아주 간단한 일상의 루틴조차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그렇기에 루틴의 실행보다 브레인 덤프로 생각을 비워내는 작업이 반드시 우선 되어야 한다.


그녀는 처음엔 도저히 적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색하게 하나 둘 직업, 나이, 집, 오늘 먹은 것들 등등 표면적인 것들부터 적어 내려갔다. 이내 눈물 대신 그녀를 압박하던 온갖 걱정들이 쏟아졌다. 뒤죽박죽 얽혀있는 정신적 압박과 어디서부터 손댈지 모르겠는 문제들을 종이 위에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오히려 효과는 좋았다.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과 사람, 반복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 비교, 열등감 등을 직접 내 손을 통해 종이 위에 흐르도록 적어보자. 밥통에 김이 빠지듯 압력이 줄어들 것이다. 숨을 크게 쉴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말고 쓰자. 종이 위에 쏟아내기만 하면 된다.


브레인 덤프(Brian Dump)하는 방법


브레인 덤프는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기법이다.

아래 단계에 따라 브레인 덤프를 실행해 보자.


1.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 찾기

2. A4 용지 3장과 펜을 준비하기

3. 3분간 눈을 감고 잠시 일상에서 멀어지기

4. 눈을 뜨자마자 생각나는 것부터 멈추지 말고 쓰기

5. 내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멈추지 말고 쓰기


업무, 목표, 프로젝트, 심부름(잡일), 집안일, 고민, 아이디어, 내 머릿속을 차지하는 모든 것들을 쓰자. 브레인 덤프의 목적은 머릿속 공간을 청소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문장 보다는 단어로 쓰고, 쓰는 동안은 우선순위를 매기거나 하나의 주제에 머무르지 말자. 특정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말고, 다음 생각으로 적어 내려가자. 차별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내는 일에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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