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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으로 무의식의 43%를 깨워라: 습관 형성의 비밀

루틴 5.5 _ 7

by 루메제니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이자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웬디 우드의 책, <해빗 Habit>은 이렇게 시작한다. “잠재된 43퍼센트의 무의식을 깨워라.” 여기서 말하는 ‘잠재된 43퍼센트의 무의식’은 무엇일까? 그녀는 습관에 관한 오랜 연구 끝에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사람마다 습관에 지배되는 행동의 비율은 거의 같다. 둘째, 우리 삶에 습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43퍼센트가 넘는다. ‘잠재된 43퍼센트의 무의식’은 바로 ‘습관’이다. 식사 습관, 공부 습관, 운동 습관, 일찍 일어나는 습관 등, 습관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습관이 삶에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개인의 삶에 이토록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책이나 연구결과 뿐 아니라 우리 조상으로부터도 이러한 개념은 강조되어 왔다. “인간은 습의 동물이다”라는 말과 ‘습여성성(習與性成)’ 사자성어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이 사자성어의 뜻은 습관이 오래되면 성품이 된다는 뜻으로, 습관이 단순한 행동 반복을 넘어 우리의 성격과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깨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의지로 삶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행동 중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인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 이처럼 습관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면, 우리는 이를 바꿀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예스’다. 어떻게? 루틴을 설계함으로써 가능하다.

나는 아침마다 음양탕 한 잔을 마신다. 음양탕은 온수와 냉수를 반반씩 섞은 물인데, 지인의 추천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일어나 바로 주방으로 향한다. 정수기에서 온수와 냉수를 반반씩 컵에 물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음양탕으로 입 안을 한 번 가글해서 뱉어낸 후, 남은 물은 유산균 한 알과 함께 천천히 마신다.


정수기로 가기 → 온수반 냉수반 받기 → 유산균과 함께 마시기.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루틴을 하나하나 의식하며 실행에 옮겼다. ‘온수와 냉수를 반반씩 받아야지? 아참! 유산균! 유산균도 같이 먹어야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꾸준히 루틴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되었다. 루틴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음양탕을 마시는 습관이 생긴 이후로는 아침부터 찬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우리가 행동할 때, 뇌에서 두 가지 시스템이 분주히 작동한다. 보상에 따라 움직이는 ‘목표 지향 체계’와 익숙한 것에 따르는 ‘습관 체계’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책에 의하면, 뇌는 우리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25%의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루에 쓸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쓸 곳은 넘쳐난다. 똑똑한 뇌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뇌는 습관 체계에 따라 익숙한 것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먹는 음식을 시키고, 늘 입던 옷을 입고, 늘 보던 자세로 TV를 본다. 매일 먹는 음식, 아침마다 또는 밤마다 하는 행동, 사람들에게 하는 말, 저축과 소비, 운동을 하는지, 집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등등. 매일 반복하는 행동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적은 에너지를 쓰는 습관은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습관은 뇌의 가장 영리하지 않은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뇌의 습관 회로라고 불리는 배측 선조체인데, 이 영역에 습관이 새겨지면 좀처럼 바꾸기 힘든 행동으로 굳어진다. 이렇게 굳어진 행동은 습관의 특성인 고착성과 자동성 때문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 번 굳어진 습관 행동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 기자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 취재를 통해 행동을 습관으로 굳히는 순환 고리(habit loop)를 발견했다. 순환 고리는 [신호 - 루틴 – 보상] 3단계 사이클이다. 첫 번째 단계는 신호(cue)인데, 뇌에게 자동 작동 상태로 전환해 어느 습관을 사용하라고 알려주는 방아쇠(trigger), 즉 환경을 의미한다. 두 번째 단계는 신체적, 정신적 또는 정서적인 행동을 뜻하는 일상화, 즉 (routine) 루틴이다. 세 번째 단계는 보상으로 특정 습관의 순환 고리를 뇌가 기억하도록 도와준다. 이 3단계 사이클을 반복하면 습관이 만들어진다.


근래에 루틴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루틴과 습관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해왔다. 그러나 루틴은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하는 일들이 특정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덩어리를 뜻한다. 아침에 기상해서 양치하고, 세안 후 옷을 입는 하나의 행동 패턴 덩어리를 루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루틴과 습관의 차이점은 얼마나 의도적으로 인지하고 행동하는지에 있다. 습관은 의도하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자동화된 행동이며, 루틴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행동이다. 루틴과 습관의 공통점은 정기적이고 반복적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루틴과 습관에는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다. 루틴을 설계하고, 습관의 특성을 역이용하면 효율적이고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에 현명한 선택을 내린다. 이들은 모든 순간 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결정력을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고 그리는 삶에 부합하는 루틴을 만들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으로 우리의 습관, 더 나아가 삶은 분명히 바뀔 수 있다.


“삶을 바꾸려면 습관을 바꿔야 하고, 습관을 바꾸려면 루틴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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