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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크 Mar 23. 2021

이런 걸 거래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이곳저곳 기웃거렸다. 평소처럼 스포츠 섹션에 한참 동안 시선을 두다 의도치 않게 마우스를 클릭했는데 1980~90년대 이미지들을 잔뜩 모아놓은 화면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과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옛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바로 1980년대 후반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있는 '삼성 마이마이' 미니카세트의 사진이었다.



1980년대 소니 워크맨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금성 아하', '대우 요요' 함께 마이마이는 삼두마차로 불리며 국산 미니카세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니카세트는 스피커가 자체 내장되어 있고 녹음도 쉬웠으며 음질도 깨끗한 편이었다. 또한 가격이 일본 제품에 비해 저렴했고 디자인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니고 다니기 편리해서 주 고객인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휴대성을 강조한 미니카세트의 등장은 단숨에 기존의 틀을 깨고 음악에 대한 취향과 문화, 패턴까지도 한 순간에 바꿔버렸다.



문화는 그 시대의 정신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당시 젊은 세대는 흑백과 컬러 TV를 보면서 자란 영상 세대로서 문화 흡수력이 뛰어났다. 또한 새로운 제품을 빨리 받아들였으며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도 자연스러웠다. 미니카세트는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 충분했고 그들의 젊은 시절과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MP3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많은 음악 감상용 제품들이 급속도로 사라졌다. 여전히 소장용 빈티지 제품으로 미니카세트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서울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가면 실물로 직접 볼 수 있고 그 외 CD 플레이어와 LP 레코드판 등 추억을 소환하는 아이템을 관람할 수 있다.



갑자기 학창 시절 짝꿍이었던 동급생의 얼굴이 살가운 바람과 함께 스쳐 지나간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서 미니카세트를 끼고 있었고 아주 소중하게 다뤘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베스트 노래만을 따로 모아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거나 특별한 날에 뜬금없이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물건에 담겨 있던 추억이 각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있다가 우연찮게 선명한 풍경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바로 오늘 그리움의 저편에서 나의 추억도 밀물처럼 왔다 이내 사라진다.

 


(c) 2021 JiHyun Yoo All rights reserved



요즘에는 외출 시에 마스크를 꼭 챙겨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출퇴근 시 지하철이나 버스를 한번 쓱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시청하려면 무조건 이어폰은 필수로 있어야 된다. 우리의 삶은 많은 것이 변화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어폰의 모양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사람의 귀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귓구멍은 동그랗고 비슷한 점이 있나 싶다. 소니 워크맨이 나오기 전에는 음악 감상용으로 부피가 큰 헤드폰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액세서리인 헤드폰이 워크맨보다 커서 같이 판매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해결하기 위해 소니는 일명 '작은 헤드폰'을 만들었다. 그것이 이어폰의 시초다. 이후 이어폰 케이스에 이어폰을 넣어서 손가락으로 한 바퀴 돌리면 자동으로 감기는 특이한 이어폰 케이스도 등장했다.



간편하게 이동하며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기기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는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고 이에 따라 이어폰의 기술도 크게 발달했다. 어느 순간부터 선으로 되어있는 이어폰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점점 사라지고 무선 이어폰이 등장했다. 또한 소음이 나는 방향으로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를 보내 주변 소음을 줄이는 노이즈 캔슬링 제품도 나왔다. 최신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은 확실히 기능이 화려하다. 귀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면서 갑자기 비가 오거나 땀에 젖어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방수 기능이 잘 되어있다. 또한 주변 소음을 제어하고 자동으로 연결되며 이어폰을 터치해서 볼륨을 조절하고 전원도 끄고 킬 수 있다. 양쪽 혹은 한쪽만 사용하고 싶은 경우에는 원하는 쪽만 페어링 해서 쓰면 된다. 따뜻한 봄 날씨에 야외에서 가벼운 러닝 또는 자전거를 탈 때 골전도 이어폰을 사용하기도 한다. 골전도 이어폰은 고막을 거치치 않고 두개골을 통해 소리를 내이로 전달한다. 따라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지 않아 차 소리를 못 듣고 놀라는 경우를 없애주고 아이를 돌보면서 주변 상황을 체크해야 할 때 요긴하다. 두통을 유발한다는 단점에도 귀가 덜 아프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머리에 헤드폰을 쓰면 한 사람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반면 선이 달린 이어폰을 사용하면 옆에 앉은 사람과 한쪽씩 나눠서 귀에 꽂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붙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음악을 같이 듣고 싶은 사람에게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한쪽을 빼서 손에 쥐어주면 된다.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의 작동 반경이 보통 10m가 되어서 앞뒤로 버스에 앉아있어도 지하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동시에 같은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 우리는 신기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너무 편리해서 문제다. 이어폰이 소형화, 경량화되면서 분실의 위험이 커졌다. 이것이 바로 와이어리스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이다. 갈수록 이어폰이 고가로 팔리기 때문에 잃어버리면 속이 쓰리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들어가 보면 심심찮게 이어폰 한쪽만 단품으로 거래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왼쪽 유닛보다 오른쪽 무선 이어폰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오른손잡이가 더 많아서라고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쪽을 잃어버린 사람이 짝을 이루어 중고로 한 세트를 구입해 나눠갖기도 한다. 이어폰만큼 귀걸이도 한쪽 중고거래가 엄청 많다고 한다. 그러나 잃어버리기 쉬우면 또 다른 방지책이 마련된다. 안경걸이처럼 마스크를 분실하지 않도록 마스크 스트랩이 유행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가 확인이 되어 자전거의 도난,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열쇠고리나 가방에 부착할 수 있는 스마트 태그를 반려견에 착용해두면 산책 시 줄을 놓쳐 잃어버려도 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택시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택시에 물건을 두고 내렸을 때 분실물을 찾는데 도움이 되도록 택시의 차량번호와 택시기사의 연락처를 알려준다고 한다. 분실의 위험이 증가할수록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다.



 

하루는 야외 공용주차장에 갔다가 신용카드를 빠뜨리고 집으로 온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야 카드가 분실되었음을 알았다. 평소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한번 분실하면 나의 멘털은 심하게 타격을 받는다. 다시 찾기 전까지는 안절부절못하고 집착이 진다. 컴컴한 밤중이라 과연 카드를 찾을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급하게 나는 다시 공용주차장으로 갔다. 다행히도 조금 전에 내가 주차했던 구역이 비어있었다. 어두웠기 때문에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서 한참을 찾아 헤맸다. 포기도 했다가 미련을 두었다를 반복하던 순간 나의 신용카드 색깔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잃어버린 카드가 다행히도 누군가에게 습득되지 않고 길바닥에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조급했던 마음이 한 번에 느긋해지면서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살면서 물건을 분실하고 다시 찾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감사함과 함께 의연함이 되살아났다.



잠깐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와서 보면 안 보이던 것도 잘 보일 때가 있다. 전기밥솥 분리형 커버의 고무패킹을 찾을 때 그랬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려다 고무패킹이 보이지 않아 집안을 샅샅이 뒤지게 되었다. 어두운 회색 계열의 색이라 나와 가족의 눈에 전혀 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고무패킹을 부착하지 않은 채 밥을 했다. 다음 날 전기밥솥 고객센터에 전화하기 위해 밥솥 근처로 다가 우연찮게 냄비의 안쪽 깊숙한 곳에 비슷한 위장색으로  숨어있던 고무패킹을 찾게 되었다. 열심히 찾을 때는 보이지도 않더니만 이제는 찾아도 헛웃음만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너무 자주 잃어버린다. 그중에 최고는 음식물 쓰레기 카드다. 덜 귀하다 보니 함부로 보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수시로 분실한다.



산처럼 의연하고 강처럼 유연하지는 못해도 눈을 감고 호흡을 길게 하면 어느 틈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라는 속담이 있다. 물에 사는 개구리의 얼굴에 물을 끼얹어도 개구리가 딱히 놀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타고난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익숙한 상황이거나 발생의 빈도가 높으면 조금은 마음이 덜 흔들리는 것 같다. 베테랑 선장과 선원은 심한 풍랑에 배가 동요해도 승객들보다 덜 당황하고 더 의연하다. 귀중품이든 덜 중요한 것이든 잃어버리면 우리는 자책하면서 괴로워한다. 잊어버리고 싶어도 잃어버린 게 자꾸 생각이 나서 힘들다. 아둔하고 멍청하다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과거의 기억까지 모두 꺼내어 되새김질을 한다. 그러나 재물을 잃어도 건강은 지켜야 하며 화가 나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희망도 용기도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는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되는 것은 전력을 다해 방어해야 한다. 내 품을 한번 떠나면 무엇이 되었든 손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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