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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 행정

개 풀 뜯어먹는 소리(狗食草聲)

by 누두교주 May 29. 2021

 과거에 Short time soldier라는 표현이 있었다. 정확한 표현은 ‘방위’였는데 현역과 달리 집에서 출, 퇴근하며 복무 연한도 현역에 비해 짧은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질시(현역 입장에서)또는 미안함(방위 입장에서)을 표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북한에서 신종 병과인줄 알고 전력 파악을 위해 간첩을 파견했다는 전설도 있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고 귀국해 은행 업무를 보는데 이해 못할 영어를 듣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국내에 내가 모르는 영어 일상 단어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인터넷 뱅킹을 위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O.T.P.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창구 직원에게 질문했다.

O.T.P. 가 뭐의 약자예요?

One Time password요!

그게 어느 나라 영어예요?



 

 최근에 황당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통지서를 자세히 보니 단속 구분이 ‘시민 신고’로 표시돼 있었다. 누군가가 신고했고 구청은 그것에 근거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신고하는지 신고하는 방법이 궁금해 검색해보니 ’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를 찾을 수 있었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구동을 해보니 인증 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인증 번호를 기다렸으나 인증 번호는 오지 않았다.     


  몇 번을 해도 안돼서 서울시 다산 콜센터(02-120)로 전화를 했다. 용건을 설명했다.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라는 앱을 깔았는데 인증 번호를 입력시키라는데, 인증번호 요청을 해도 안 와요. 어떻게 하죠?”

상담사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요지는 “ 서울시청 공간정보 담당관에게 문의하실 내용입니다”였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안내받았다.

     

  오전 11시 58분이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점심시간이구나! 오후에 다시 해보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드디어 연락이 됐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나는 다시 설명해야 했다.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라는 앱을 깔았는데 인증 번호를 입력시키라는데, 인증번호 요청을 해도 안 와요. 어떻게 하죠?”

서울시 공간 정보 담당관은

“그거는 앱을 개발하신 분을 연결해 드릴 테니 그분에게 말씀하세요”

하면서 전화 연결을 해 주겠다고 했다.

     

  서울시 공간정보 담당관이 연결해준 앱 개발하신 분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혹시 서울시 공간정보 담당관으로부터 제 용건에 대해 전달받지 않으셨나요?” “아뇨”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설명했다.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라는 앱을 깔았는데 인증 번호를 입력시키라는데, 인증번호 요청을 해도 안 와요. 어떻게 하죠?”      

  그는 다른 설명 없이 귀찮다는 듯 내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고 나는 공손히 대답했다. 서울시 공간정보 담당관이 연결해준 앱을 개발하신 분은 인증 번호를 불러 줬고 나는 받아 적었다. 이젠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 앱이 작동된다.

난 결국 해냈다!

    


  

그런데 서울시 ‘공간 정보’ 담당관이란 단어가 입가에 어색하게 자꾸 맴돌았다. ‘공간 정보’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앱 이랑 관련이 있는 업무이나 ‘사이버(cyber)’를 공간으로 표현한 걸까? 아니면 앱(app.)이랑 관련이 있는 단어로 공간이나 정보를 선택한 것 아닐까?

  설마 서울시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공무원께서 ‘영어를 한자어로 바꾸는 것이 국어사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몰랐을까?     


  그런데 왜 서울시 공간 정보 담당관이 담당하는 앱의 이름이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일까? 서울 깔끔한 불편 신고, 또는 서울 말쑥한 불편 신고 아니면 좀 의역해서 서울 총명 불편 신고 정도로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작은 일 가지고 깐족거리지 말자고 스스로 타이른 후 이 일과 관련한 생각을 머릿속 한 구석에 밀어 놓았다.




  그러던 중 다시 열 불나는 꼴을 보았다. “ME ME WE GANGNAM" 에게 뭔 구식 초성(1)인가? 이게 어떻게 나, 너, 우리의 의미가 될 수 있는가?

 I, MY, ME, MINE, 인칭 대명사의 주격, 소유격, 목적격, 그리고 소유대명사는 대한민국 의무 교육 기간에 배우는 내용이다.

그런데 강남구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의 내용과 틀린 것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가?

      


 

 그런데 “ME ME WE GANGNAM"은 무식한 권력의 발전적 진화의 대표적 사례인 것을 나중에 알았다. ”I SEOUL YOU!" 더 할 말이 없었다. 고유명사를 동사로 사용할 각을 하다니!! "나는  너를 천안해", 또는 "나는 천안을 순대해"라고 해도 말이 되는거 아닌가?


 시장 집무실에 침대 가져다 놓고 궁리한 결과에 대해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하는 것 이외에는......     


사진 설명 :  시설물 하나 제작 설치하는 데 사용한 서울시 예산이 9,900만 원이다.




Short time soldier는 그저 웃고 말 일이다. O.T.P. 는 '1회용 비번 생성기' 정도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울시 공간정보 담당관'의 경우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버나 앱은 이미 우리말 화 된 것으로 ‘사이버 수사대’와 같이 이미 다른 기관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단어이다. 언어는 어차피 살아 있는 생물 아닌가?     


그러나 “ME ME WE GANGNAM"이나 'I SEOUL YOU!"같은 경우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근본없는 영어를 쓴것이 첫째이고, 대한민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무시한 것이 둘째 잘못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 같은 우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조형물 제작과 설치를 위해 시민과 구민의 혈세를 탕진한것이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근본을 엄밀히 따져 개발 총비용 그리고 조형물 설치 및 홍보 비용을 꼼꼼히 따지고 

누가 개발했는지 그 책임을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전 과정을 꼼꼼히 기록해 세계 유네스코 기록 문화 유산에 등재하고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에 수록,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귀감(龜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1)  구식 초성(狗食草聲) :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의 의미이다. “이게 뭔 개소리야”라는 표현은 개에게 실례가 되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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