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장동 그리고 보인(輔仁) - 以文會友 以友輔仁

제12 안연편(第十二 顔淵篇)-24

by 누두교주

우리나라 곳곳엔 『논어』 구절을 이름으로 삼은 곳이 적지 않다. 송파동 보인 고등학교도 『논어』를 출전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북경에도 보인 대학(辅仁大学)이 있다. 한국의 보인 고등학교는 1908년, 중국의 보인 대학은 1952년 설립되었다고 하니 최소한 우리 보인 고등학교는 짝퉁은 아니다.




우선 『논어』에 '보인'이 나오는 구절부터 보기로 하자.

증자(曾子)가 말하였다. “군자는 문(文)으로써 친구를 모으고, 친구로서 인(인)을 돕는다.①

친구를 모으는데 필요한 정당한 수단인 문(文)의 의미에 대해 도올 김용옥은 '문화'로 풀고 "보편적 가치관을 우정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럴듯해 보인다. 도올의 해석을 확대하면 "보편적 가치관을 우정으로 확대한 친구 들로써 인을 돕는다"라는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어렵고 거북하게 들린다. '문'이 없으면 (훌륭한) 친구를 못 만들고 친구가 없으면 '인'을 도울 수 없을까?


그러면 공부 못하는 사람은 친구도 사귀지 말아야 하고, 사귄 들 훌륭한 친구도 아니고 언감생심 '인'을 행할 생각하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문(文)을 해서 친구를 모으는 이유는 인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인(仁)'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그렇다면 '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소인 논어』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인'의 관점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②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내 관점이 옳다면 증자가 틀렸다. '인'을 행하는데 꼭 친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을 떼 지어할 필요는 없다.




'문'은 전통적으로 지배계층(정치 엘리트 - 군자)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재창출하는데 봉사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했던 요소이다. '문'과 공자는 떼어내 설명하기 어렵다.


이전 지배계층은 혈통에 의해 세습되었다. 즉 군자는 '군주 자손'의 준말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싸가지 없고 무식한 군자는 군자가 아니고 잡놈이라고 탄핵하고, 동시에 혈통이 천하더라도 제대로 배워 인격이 고매한 사람이 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사람이 공자이다.


공자 사후, 공자의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았고 마침내 굴러온 개념이 박혀있던 개념을 대체했다.


" 고귀함이란 더는 세습된 지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워서 위대해지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린 이상이 되었다"③


결국, 혈통보다는 개인적 덕성을 우선하게 된 것이고, 개인적 덕성은 문(文)으로 형식화되는 과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오늘에 전해져, 배워서 위대해지기 위해 표창장을 위조하고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만드는 지경에 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문(文)을 이루고 그렇게 '문'을 이루는 놈들끼리 폐쇄적 정치 엘리트 계층을 형성해 천년만년 해 먹자는 심모원려인 것이다.


이렇게 '문'을 이룬 집단이 추구하는 직장은 '고위 공직자'이다. 고위 공직자 자리는 안정적 소득원의 역할과 함께 비교적 안전하게 반칙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고위 공직자 집단 중에 상대적으로 뻔뻔하고 비교적 머리 돌아가는 사람들이 사고 친 것이 이른바 '대장동 사건'으로 이해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공자의 시대에는 "정치적 정당성의 근원이 백성에게 있지 않았다."④ 증자의 시대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시대는 바뀌었고 새로운 역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장의 서술 순서는 반대가 돼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데 부족한 것은 항상 보충하여야 한다. 이것이 보인(輔仁)이다.

보인을 행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을 친구라고 한다.

이런 벗들과 함께 공부하는 삶이 아름답지 않은가?



① 도올 김용옥『논어 한글역주 3』 통나무. 서울. 2019. p.338.

원문은 다음과 같다. 曾子曰: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


② 리링(李零) 지음, 황종원 옮김『논어 세 번 찢다』 글항아리. 경기, 파주. 2011. p.273.

③ 김영민『중국 정치사상사』 (주)사회평론 아카데미. 서울. 2021. p.137.

④ ibid. p. 77.

keyword
이전 02화'君君, 臣臣, 父父, 子子'는 공자의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