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색(色) - 小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제16 계씨편 (第十六 季氏篇) -7

by 누두교주

세대 간 또는 성별 간 갈등을 유발하는데 아주 좋은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한문 고전을 인용하는 것이다. ‘여자는 한 남자만을 섬겨야 한다. (一夫從事)’ 라든지, ‘어린것과 어른 사이에는 순서가 있다. (長幼有序)와 같은 문자를 써대면 당장에 격리, 배척,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논어』도 다르지 않게 시대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문제가 되는 사실은 문법에 맞게 깔끔하게 해석하면 될 일을 괜히 자신의 주관적 생각까지 개입시켜 거창하게 훈계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당연히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을 비판적으로 시도해야 함과 동시에 자기 논에 물 대듯이 하는 의도적인 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 존재한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할 일이 있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 경계할 것이 여색에 있고,

장성하여서는 혈기가 한창 왕성하니 경계할 것이 싸움에 있고,

늙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잔하였으니 경계할 것이 이득 즉 물욕에 있다.①


위 내용의 해석은 크게 날개 털지 않고 지나칠 만큼 매우 깔끔하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 『명심보감』에도 실려 있는데 그 해석은 시작부터 그 결이 다르다. 위에 밑줄 친 부분만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다.


도에 뜻을 둔 군자에게는 일생 동안에 있어 각각의 시기를 당하여 주의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이 있다. 제一은 나이가 젊었을 시기는 사람의 혈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기이므로 쉽게 정에 움직이기 쉽다. 그중에서도 정의 발동이 가장 격심하고 또 맹목적인데 빠지기 쉬운 것은 남녀 간의 색이므로 소장(少壯)의 사람은 특히 이점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②


위에 밑줄 친 부분의 본문은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군자유삼계: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으로 똑같다. 그런데도 해석의 길이와 내용의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게 매우 재미있다.




원문에 대한 해석의 차이 외에도 『논어』 내용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14살이 안됬었고, 춘향이는 16살이었는데 그들은 공자님 말씀과 전혀 다른 삶을 산 것인가? 젊어서 색을 즐기지 않고 늙어서 즐기는 것이 좋은 것인가? 위 성현의 말씀에는 젊어서 색을 즐기지 말라고만 했지 언제 즐기라는 말은 없다. 그래서 지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인가?


젊어서는 우선 공부 열심히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좋아하면서 속으로만 끙끙거리며 ’ 짤짤이‘만 하면 결국 언젠가는(나이 들어) 사달이 날 가능성이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젊어서 戒之在色하다가 나이 먹고 사달이 난 사람을 여럿 알고 있다.


장년의 나이는 그야말로 매일매일 싸워야 하는 나날들이 아닌가? 그걸 유치하게 멱살 잡고 치고받는 것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고, 뜻한 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것을 ’ 싸움‘이라고 한다면 장년은 투쟁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시기이다. 꼭 남과 싸운다기보다 나와의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이며 그래서 혈기도 가장 왕성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와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늙어서 경계할 것은 물욕(재화의 이익- 명심보감 표현, covetousness - 영어 표현)이 아니라 건강과 독선을 경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남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할 수 있는 노년이나, 자신만의 아집에 갇혀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고약한 노년의 생활이 물욕을 추구하는 것보다 좋아 보이지 않는다.




『논어』에 따르면 이 편의 말을 한 사람은 공자다. 하지만 말투로 보나 쓰인 단어로 보나 공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용옥은 혈기(血氣)라는 단어를 근거로 후대 전국시대 사상이라고 파악하고 있는데③ 대단히 옳은 지적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확정된 『논어』의 본문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지만, 과거엔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따라 논어 자체의 내용을 더하고 빼고 추가하고 지우는 일이 있다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과거라고 해봐야 김용옥이 지칭하는 전국시대(BC 403-221)는④ 지금으로부터 불과 2,200-2,400년 전이다)

예를 들어 2000년 전 『논어』가 발견되었다 해도 얼마든지 원본 논어와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논어』의 모든 구절을 공자님 말씀으로 알고 만고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물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색을 경계만 하라고 했지 언제 하라고 한 것이 없어 그렇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이성에 빠지는 것, 다투는 것 그리고 탐욕스러운 마음을 같은 것은 평소 가다듬고 적당히 해야 할 일이지 남자만 조심해야 하는 일이거나 나이대별로 구분해 지켜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된다.



** 대문 사진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Roemeo and Jeliet)의 한 장면이다. 중국어로 로미오는 나밀구(罗密欧) 줄리엣은 주려엽(朱丽叶)이다.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 537-538. 원문은 아래와 같다.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유종목은 『논어』 전체를 문법적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그 해석이 매우 정밀하다. 『맹자』를 한자 문법 구조의 측면에서 접근한 안병국 (안병국 지음 『孟子 漢字 文法의 構造 分析』(사)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18)과 더불어 정확한 본문 해석을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책이다.


② 金星元 譯 『現代譯 原本 明心寶鑑』 明文堂. 서울. 1987. p.98.


③ 도올 김용옥『논어한글역주 3』 통나무. 서울. 2019. p.479.


④ 고구려는 전국시대 200 – 300년 후에 건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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