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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11. 2023

입주 청소와 보사노바

Dustbusters

  새로 지은 집 또는 전면 인테리어를 한 집은 ‘준공 청소’를 한다. 당연히 모든 공간은 세간 하나 없이 텅 비어있다. 널찍하고 깨끗해 보이는 공간, 거기에 휘황한 조명과 갖가지 빌트인 가전제품들은 행복감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하다! 계속 행복감에 빠져 꿈길을 간다면 그 꿈은 조만간 악몽이 될 확률이 높다. 딱 두 가지는 매의 눈으로 현실을 점검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살면서 치워갈 수 없다.     




  첫째는 먼지다. 새집은 모든 공간에 먼지가 살며시 덮여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먼지가 가장 좋아하는 구석, 틈새뿐 아니라 벽과 심지어 천장 그리고 서랍 속에도 뻔뻔스럽게 옹송거리고 있다. 이 녀석들을 깔끔히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뭉치고 섞여 때가 되고 지워지지 않는 오염이 된다. 당연히 가벼운 몇몇은 우리 폐 속에도 깃들게 된다.     


서랍을 빼고 보면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서랍은 방, 주방은 물론 신발장에도 있다. 장난 삼아 먼지 위에 낙서를 하는 사람도 있다.


 둘째는 도배풀이다. 새로 도배를 비싼 실크 벽지로 말끔히 해 아름답게 보일지 몰라도 천장의 몰딩을 따라 자세히 보면 미처 처리하지 않은 도배풀이 줄지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몰딩도 흰색, 도배풀도 흰색이라 위장하고 매복한 군인처럼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 녀석들을 건드리면 눈처럼 나폴 거리며 떨어진다. 건들지 않으면 아주 조금씩 부서지며 아래로 떨어진다. 우리 밥상 위로, 머리 위로 그리고 잠든 가족의 코와 입으로 매일매일 조금씩 떨어질 녀석들이다.     


도배풀이다. 이 정도면 아주 심한 편으로 집 전체의 몰딩을 훑어내야 한다.

 



 입주 청소를 할 때는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가장 강력한 환기를 여러 시간 시켜야 한다. 동시에 최대 수압으로 물을 사용하고 모든 전등을 켜고 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난방기, 변기 등도 전부 가동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시에 강력한 성능의 공업용 진공청소기로 구석구석에 도사린 먼지를 흡입해야 한다. 먼지를 걸레로 제거한다는 생각은 휘발유 뿌려 불 끄려는 생각과 같다. 걸레질은 먼지를 제거한 후에 하는 것이 맞다.   




   여러 시간 강력한 환기와 밝은 조명 그리고 커다란 기계음에 시달린 공간은 제사 음식 장만을 마치고 힘겨운 미소를 짓는 어머니 같다. 마땅히 위로하고 어루만질 일이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이 ‘보사노바’다. “부드러운 리듬에 맞춰 읊조리는 듯이 노래하므로 사색적이고 차분한 정서를 만들어 낸다.”①     


https://www.youtube.com/watch?v=HFhXDWM-5p4&t=30304s

보사노바 음악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 즐길 수 있다. 여러 시간 조용히 연주해 그냥 틀어 놓아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출처, 유튜브, 검색일, 2023. 10.11)


  그렇게 편안한 공간에 미리 깔끔히 정리된 세간이 제자리를 찾아가면, 마치 공간과 세간이 반갑게 어우러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공간과 세간이 어우러지면 마침내 사람이 깃들 품이 열리게 된다. 여기에 살기 위해 들어가는 것, 그것을 전문 용어로 ‘입주(入住)라고 한다.     


  당연히 입주 청소는, 입주를 위한 청소가 되어야 한다.     



대문 그림 : 보사노바(브라질 포르투갈어: bossa nova, 새로운 성향)는 브라질 대중음악의 한 형식으로 1960년대에 브라질의 세계적인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빙(Antonio Carlos Jobim), 보사 노바의 신이라 불리는 주앙 지우베르투(João Gilberto)가 발전시켰다. 대문 그림은 주앙 지우베르투 이다. 이 친구 음악을 들어보면 청소를 좀 아는 친구가 분명하다. (출처,https://zrr.kr/tVLs . 검색일. 2023. 10.12.)


① 민은기 지음 『대중음악 강의』 북커스. 서울. 2022.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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