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예술가가 되기에 너무 평범해
‘너는 예술가가 되기에 너무 평범해’라는 말을 간혹 듣는다. 쇼맨십이 탁월한 것 같지도 않고, 스타성이 뛰어난 거 같지도 않고 특별한 가정환경인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상한 천재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예술을 할 거냐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 이런 말들에 무뎌질 줄 알았는데, 성공을 위한 사회적 잣대/요구에 간혹 부딪히는 날을 만나면, 매일 다림질을 해서 펴놨던 내 자존감이 꼬깃꼬깃 해질 때가 있다. 여전히 나를 작가라고 소개하면 19세기의 요절한 천재화가 반 고흐 같은 모습을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특별하고, 다른 곳에 있는 존재라고 말이다. 그렇게 말을 뱉는 사람들에게 내 당당함은 잃고 싶지 않아 이제 어느 정도는 미소로 응수하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무 타격을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이런 사람들의 잣대에 한 번 좌절되어 그림을 관두려고 했었던 과거의 그때로 슝~하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내가 그림을 관두려고 했던 그때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되기에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내 자존감을 지켜보기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높은 곳을 쳐다보며 달려간다. 1등만 기억되고 2등만 기억하는 성과 주의 이 잣대에 맞춰서 말이다. 목적과 방향성이 없는 길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이들이 정한 잣대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서 볼 때 가장 뛰어난 예술가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작가로 잊히고 말수도 있지만 어쩌면 오늘 가장 행복한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보통스러운 행복을 누리는 예술가 말이다. 어쩌면 매일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늘그막에도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기준에서 1등이 될수는 없을지몰라도, 이 세상에 나같은 할머니는 하나 밖에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