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상과 내면의 변화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에는 꽤나 많은 변화가 생겼다. 카페나 식당에는 인원과 시간의 제한이 생겼고, 이로써 늦은 시간에 끼니를 챙겨 먹는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 또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자취한 지가 벌써 햇수로는 5년 차인데, 그동안 나는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을 만큼의 정도로 요리를 한 경험이 있다. 자취방이 그리 깨끗하지도 않을뿐더러 주방이 좁아 요리할 환경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핑계 삼아 요리는 계속해서 미루고 싶은 숙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의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확진자와 더불어 체중이 확 늘어난 ‘확찐자’도 증가했다. 근데 가만 보니 전혀 남 일 같지는 않고 매일 잘 나가지도 않으면서 배달음식에 디저트까지 아득바득 시켜먹는 나를 보며 곧 나의 일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운동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생활 패턴을 보면, 언제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한 번 요리를 시도해보았고, 이제는 끼니때가 되면 여느 다른 집처럼 창문 틈 사이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는 집이 되었다.
내가 처음 시작했던 요리는 양상추 찜이었다. 운동도 싫어하니 밥이라도 건강식으로 챙겨 먹어보리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또 적당히 소분해서 보관해놓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이 양상추 찜을 하나 쪄먹기 위해 인터넷으로 조리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시간을 훨씬 능가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괜찮은 첫 시도였다.
그다음부터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계란볶음밥 등과 같은 한식 요리부터 파스타, 리조또 등 양식 요리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재료를 추가해보며 누군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음식이 아닌 나를 위한 요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변화였다. 물론 내 입맛에 맞게 적당한 재료와 적당한 양을 넣어 만든 요리일 뿐이기 때문에 맛있다고 장담하기에는 얼굴이 조금 화끈해진다. 그래도 이러한 취미 하나 만드는 것은 코로나 일상에 염증이 느껴질 때쯤 단조로움을 깨부술 수 있는 신선한 돌파구가 되었다.
여하튼 이러한 작은 변화는 팬데믹으로 일상이 정체됨에 따라,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평범했던 순간들에 대한 욕구가 삶을 보는 또 다른 안목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답답한 욕구들을 현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로써 만들어보면 어떨까.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위기를 삶의 기회로 삼아 나의 색다른 변화를 한 번 만들어가 보기를. 변화는 또 다른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또 다른 무언가를 향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세계로 인도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