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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주 Oct 05. 2021

쉴 틈 없이 달리는 시계 침 위에 서 있는 당신에게

속절없는 시간 속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


쉴 틈 없이 달리는 시계 침 위에 서 있는 당신에게

붙잡을 새도 없이 빨리 가버리는 시간 속 혼자 그 시간을 달려왔는데 정작 돌아보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하지만 시간에게 멈춰 서라고, 조금만 천천히 가줄 수는 없겠냐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되고 불안해서, 그 불안한 마음이 모든 것을 헛되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그런 걱정 모두들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서있고,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을 그렇게 붙잡다 보면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내가 놓쳐버린 것들을 찾아 헤매게 될지도 몰라요. 놓쳐버린 그것을 찾는 시간 역시 결국 후회로 남게 될 거예요.

그러니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쫓아가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 하자는 말이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값진 시간과 기억 속에 살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부산 팟캐스트 단체에서 ‘부산 is 뭔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할 때 오프닝으로 작성한 멘트이다.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돌이켜보면, 당시 나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새내기로서 새 출발의 설렘 가득한 마음을 품은 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 심취하여 수능 후 힘들게 아르바이트하며 벌었던 돈을 그야말로 '탕진'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너무나 외로운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대학 생활의 설렘도 있었지만, 부모님 곁에서 처음으로 떨어져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무서웠고 외로웠다. 아직도 처음 기숙사까지 바래다주었던 엄마의 붉어진 눈시울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그날의 발걸음은 기숙사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뒤에서 누가 내 발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마냥 무거웠다. 타지에 와서 외로웠던 나는 부산으로 대학에 왔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짐도 제대로 풀지 않고서 기숙사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밖으로 나갔었다.


그날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하필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우산이 없었던 나는 기숙사까지 세차게 내리치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막 들어와서 느낀 텅 빈 공허감을 정말 잊을 수 없다. 또 룸메이트도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라 허허벌판에 버려진 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울면서 처량하게 친구에게 전화하던 그날이 나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때 스스로 내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고, 그날의 날씨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새벽까지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래서일까. 나름 착실하게 공부해왔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나의 대학교 1학년 생활은 오직 내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친구를 만나고 돈 쓰는 것에만 집중했다. 멋 모르고 술에 취하는 기분이 좋고, 매일 술 게임을 외쳐대며 까르르 웃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즐거운 건 그 순간일 뿐, 다음 날이면 전날 먹었던 술을 게워내거나 녹초가 된 채 수업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단 몇 주 만에 역대급 몸무게를 찍기도 했다. 나름 즐거웠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지만 그때까지도 혼자 잠이 들 때면 찾아오는 공허를 떨쳐내기는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새벽이 차갑기보다는 미지근해지는 정도. 딱 그 정도였다. 어느 정도 그 새벽의 온도에 적응을 했다는 뜻이겠지.


1학년의 말미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나고 보니 시간은 너무나 냉정하게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가차 없이 앞으로만 직진하고 있었다. 나는 일시적인 즐거움을 시간과 돈으로 맞바꾸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후회했다. 그래도 스무 살이었고, 도시의 생활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합당했다고 위로했다. 또 그때는 잠깐 야속하게 흐르기만 하는 시간의 궤도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도 합리화했다. 펑펑 돈 쓰고 놀고 나니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뒤 찾아온 공허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어떤 할 일의 욕구에 대해 갈망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여러 글쓰기 상을 받아오며 뿌듯함을 느꼈던 나는 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에, 전공도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다. 그래서 첫 대외활동은 라디오 작가로 시작하게 되었고, 이 오프닝 멘트는 당시 새롭게 시작하는 나를 돌아보고 지난 과거를 곱씹어 보며 적었던 것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관점을 달리 하면 행운이 될 수 있다. 그림자처럼 나를 덮쳐오는 어둠은 결국 끝이 나고 내일은 약속처럼 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어제보다 오늘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기회이자 행운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지나간 시간도 다시 되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조금 더 꽉 쥐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나긴 새벽의 침묵도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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