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수많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를 잃어가며 타인에게 맞추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일까. 남들이 맞춰 놓은 틀에 나를 꾸깃꾸깃 접어 억지로 들어가려다 보니 겉으로 보기엔 얼추 모양은 예쁘지만, 정작 그 안의 나라는 사람은 불편하게, 불안하게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나를 눌러 담은 이 틀에 언제까지고 덤덤한 척 갇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타인이 아닌 내가 나답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필요하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너 되게 쿨하잖아’
나는 할 말이 생기면 거의 대놓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데다가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욕도 시원하게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야 내 안에 있는 분노 덩어리가 조금은 사그라든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내면의 불순물을 거둬내는 카타르시스가 어느 정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관과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은 나를 쿨하다고 표현했다. 그 말에 나는 늘 갸우뚱하며 글쎄, 내가 언제 쿨했던가? 하고 머릿속에서 과거의 내 모습들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가동된다. 하지만 쿨한 척을 했을지는 몰라도 스스로 쿨했다고 느낀 적은 없다. 사실 나는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집에 가서 소심하게 곱씹어 보며 하루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아주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혹여나 가지고 있는 소심한 고민을 누군가 앞에서 꺼내 보이면, 상대방은 이런 반응을 보이곤 했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이 말을 듣고 나서는 순간적으로 아 나답지 못했구나, 하고 괜스레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머쓱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남들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이 진정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줘야 만이 살아 숨 쉰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를 위함이 아닌 타인을 위한 해피엔딩 결말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 스스로도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상대방을 파악하는 편협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수도 있었다.
여전히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너답지 못하다’라는 말에 이제는 ‘이게 나야’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도 우리는 함부로 타인의 삶을 판단해서도, 또 스스로의 삶을 잃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설사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