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넘어설때 평범한 하루를 찬란한 순간으로 바꾸는 마법이 펼쳐진다.
가끔은 벽에 기대앉아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문득 내 마음 한켠에서 작은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소망, 아직은 손에 닿지 않았지만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 그것은 바로 한 대의 캠핑카를 몰고 전국을 돌며 아내와 함께하는 길 위의 삶이다.
나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어린 시절 두 차례의 교통사고가 남긴 충격 때문이었다. 차가 부딪히는 순간 몸이 공중에서 날아올라 땅에 떨어졌을 때, 나는 어린 마음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때 이후로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나에게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깊은 두려움과 맞서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차는 늘 남이 몰아주는 것에만 의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제는 그 두려움을 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 나는 캠핑카를 몰고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른다. 차창 너머로 울창한 숲이 지나가고, 산새 소리가 바람에 섞여 들어온다. 잠시 차를 멈추면,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본 계곡은 유리잔에 담긴 맑은 물처럼 반짝인다. 남쪽 바다로 향하면, 끝없이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 울음이 들리고, 바람은 짭조름한 소금기를 머금어 얼굴을 스친다. 석양이 바다 위로 천천히 가라앉는 순간, 작은 캠핑 의자에 앉아 아내와 함께 그 장면을 바라본다. “오늘도 우리가 이곳까지 함께 왔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이 꿈은 단순히 여행을 가고 싶다는 바람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껏 지나온 무기력과 공허함을 넘어, 새로운 자유를 찾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벽에 기댄 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나를 길 위로 끌어내는 힘. 동시에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아내와 다시금 ‘둘만의 시간’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성장해 제 갈 길을 가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처음처럼 두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캠핑카는 그 길을 안내해 줄 작은 집이자, 두려움을 이겨낸 나의 상징일 것이다.
나는 종종 상상 속에서 그 장면을 더 세밀히 그려본다. 새벽녘, 캠핑카 창문 너머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눈을 뜬다. 작은 커피포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잔잔한 음악 대신 창밖의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아내와 마주 앉아 간단한 아침을 나누고, 이따금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목적지는 늘 정해져 있지 않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발길 닿는 곳으로. 그렇게 자유롭게 흘러가는 하루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안다. 이런 상상 속의 풍경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면허를 따지 못한 채 두려움에 발이 묶여 있는 지금, 그것은 어쩌면 허황된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음속에 오래 품어온 꿈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꿈은 내게 오늘 하루를 살아낼 이유가 된다. 길 위에서 맞이할 미래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오늘의 무기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작은 용기를 얻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캠핑카의 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 나의 모습. 아내는 옆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우리는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 그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분주한 세월이 지나고 난 뒤, 찾아온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풍요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왜 굳이 캠핑카냐”고. 호텔이나 펜션에 머물며 여행을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캠핑카는 다르다. 그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우리만의 집이자 우리만의 길을 만드는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세계. 바퀴 위에 얹힌 집은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주면서 동시에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무른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면허를 따고 싶다. 두려움에 눌려 도망치기만 했던 지난날을 넘어, 새로운 자유를 마주하기 위해서. 캠핑카는 단지 여행의 도구가 아니라, 내 삶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길 위에서 나는 깨닫게 될 것이다. 평범하다고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 순간이었는지를.
― “두려움을 넘어설때 평범한 하루를 찬란한 순간으로 바꾸는 마법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