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시말서

<맨말의 99만보, 시산맥>

by 휘루 김신영

공자가 말한 불혹의 시기는 지금은 청춘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나는 청춘의 불혹을 지나면서 열정없는 나와, 지각을 일삼는 나와, 목숨걸고 무엇을 하지 않는 나와,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 나를 반성 성찰하고 있다... 너무 열심히 살려하지 말라고 했는데..시는 이렇게 열심히 못사는 나를 쓰고 있으니., 죽을 맛이다.


불혹의 시말서



한 번도

사랑한다는

고백 없이

불혹을 넘겼습니다


사랑을 위해

이 세상 끝까지 간 적은

더구나 없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일찍 가지 않았고

늘 헐레벌떡 지각을 일삼았습니다


먼저 말을 건네지 않았고

앞에 나서서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열정이라는 단어조차 알지 못한 채

반생을 살았습니다


눈물을 펑펑 쏟을 만큼 서글픈 일도

너무 아파서 죽음의 길목에 간 일도 없습니다


밋밋한 삶에 미지근한 생에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은 과일처럼

크게 웃어 본 일이 언제인지

즐거운 일도 없이


좁은 문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으며

야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고

몇 번 공을 차다 숨이 턱에 오르는

빈약한 생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죽음을 각오하고 맹세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구걸하듯이 되는 데로

미미하게 미물이 되어

작은 일에 작게 웃고

작게 떠들고 작게 걸었습니다


목숨은 가늘고 길어져서 뱀꼬리를 달았습니다

집요하게 사냥을 한 적이 없어

기쁨으로 넘쳐나는 만찬을 맛보지도 않았으며

격식을 갖출 필요는 더더구나 없었습니다


떨릴 만큼 위대한 존재 앞에 서 본 적도 없으며

내 스스로 아무도 감동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럭저럭 죽을 둥 살 둥 아등바등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고

이룬 것도 하나 없습니다

눈물겨운 반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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