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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이 뭐 어때서 - 2018년
27화
함께 읽은 책들 세줄요약) 2. 소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일곱가지 이야기, 나는 왜 쓰는가 등
by
눈시울
May 28. 2023
<고전문학>
1.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한겨레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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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스파이크'나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 '마라케시' 같은 글까지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만
그런 걸작들 사이에 어거지로 끼워묶은 정치 팜플렛들을 읽다보니 의욕이 뚝뚝 떨어져간다.
맨 앞의 50쪽 정도까지 읽으면 최고고, 정 아쉬우면 150쪽까지는 읽어봄직하다. 나로선 딱 거기까지였다.
2.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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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시각이 오가는 짤막짤막한 수십개의 장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배신하고 아집속에서 무너져간다.
신, 사랑, 부모, 자식 등 소중하다 할만한 모든 것이 부정되는 가운데 남는 건 무너진 잔해더미와 그 위에
어처구니 없어 피식 터져나오는 실소 뿐. 짧지만 읽기엔 쉽지 않고 읽고 나면 더없이 불편해지는 이야기다.
3. 최후의 세계 - 크리스토프 랜스마이어(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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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시대를 다룬 이야기인가 싶던 소설에 자동차와 영화가 등장하면서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더니,
결국 그 끝에선 사람이 돌이 되는 장면을 통해 환상과 현실마저 뒤섞인다.
모든 게 뒤섞인 공간에서 더 이상 이성과 거리감은 무의미해지고 그저 이야기속으로 함몰될 뿐이다.
4. 캐치-22 - 조지프 헬러(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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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장, 900쪽에 달하는 이야기는 전쟁과 관료제와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회부조리에 휘둘리는
인간에 대한 풍자와 연민으로 꽉꽉 들어차있다. 겉으로는 조직을 비웃으며 기행을 벌이지만 결국 조직의 벽은
개인으로선 어떻게 해볼 도리 없이 두텁고, 개인들은 더없이 무력하게 하나하나 퇴장당할 뿐이다.
5. 현명한 피 - 플래너리 오코너(IV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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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광신을 비판하는 이야기로 읽는 건 이 소설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는 있지만
에녹이 고릴라가 되는 기괴함이나 헤이즐 스스로 실명을 선택하는데서 오는 전율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마지막은, 한결같이 무언가 '구원'이라고 할법한 지점에 가닿은 듯한 느낌을 준다.
6. 바덴바덴에서의 여름 - 레오니드 치프킨(민음사), ●●●●●●●●○○
- 100년 전 도스토예프스키의 바덴바덴 체류와 100년 후 페테르스부르크로 향하는 작가의 행로가 교차된다.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의 원형이 되어 그들이 느꼈던 분노와 절망, 알 수 없는 환희를 느끼는
장면들이 인상적이고, 이와 함께 작가가 애정어린 눈으로 보는 거리의 모습도 좋다.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현대소설>
1. 사막 - 이사카 코타로(황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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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은유로도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름 대한
분노와 참담한 심정이 거칠게 표현되는 걸 가릴 수는 없다. 허수아비, 빈집털이에서 '프레지던트 맨'이라니,
세상이 이 모양인데 이쯤되면 제발 일어나서 뭐라도 하라는 작가의 답답함이 달라붙어 있는 열혈 소설.
2. 달의 영휴 - 사토 쇼고(해냄), ●●●●●●○○○○
- 환생 이야기는 너무 많이 다뤄지는 소재라 이제 와서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정돈된 문장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처럼 일정한 템포로 읽어나가게 된다.
책에 준 평점은 오롯이 문장에만 줬다고 무방할 정도로, 한 번 더 찾아 읽고 싶은 문장을 쓰는 작가였다.
3. 굴하지 말고 달려라 - 도바시 아키히로(북스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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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영주들이 정기적으로 에도에 올라와야 하는 '참근교대'라는 제도에 착안한 여행 + 모험 + 무협물.
속도감 있게 장면이 휙휙 지나가다보니 책도 책이지만 영상으로 보면 훨씬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정작 이후에 영화를 찾아보니 그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냥 재미있겠는데 생각만 하고 찾아보지는 말 걸. ^^;
4. 종말의 바보 - 이사카 코타로(랜덤하우스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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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후 소행성이 충돌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발표로 온 세상이 대혼란에 빠진 5년 후, 이젠 어느 정도 멸망을
받아들이고 '소강상태'에서 3년 후의 지구 멸망을 바라보는 한 동네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이사카 코타로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쨌든 사람으로서 살자'는 것이겠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이야기가 각각 다 다른 게 좋다.
5. 일곱가지 이야기 - 가노 도모코(피니스 아프리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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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끗만 부족했으면 밋밋하게 보였을 이야기를 수작으로 만들어주는 건 가노 도모코가 쓰는 문장의 힘이다.
솔직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기품이라고 해야할까. 무엇보다도 문장을 읽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책 속의 책인 동화 '일곱가지 이야기'와 사건들,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큰 이야기까지. 아. 좋다. :)
6. 월드 엔드 이코노미카 - 하세쿠라 이스나(학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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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와 향신료'의 작가 하세쿠라 이스나가 미래를 배경으로 주식시장에 도전하는 소년을 그린 또 하나의
후속작인데, '막달라에서 잠들라'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볼만했다면 이 소설에는 그런 소리도 하기 힘들다.
이상하게 이 작가는 신작을 내면 낼수록 필력이 떨어지는 느낌인데, 뭐가 문제인걸까(....)
7. 라이온 하트 - 온다 리쿠(북스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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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몇 쪽만 읽어도 바로 온다 리쿠의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특유의 문장과 감정선은 좋았지만,
마음에 든 소재들을 가리지 않고 몽땅 밀어넣는 바람에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이 이야기가 폭주해버린다.
온다 리쿠는 종종 나정도 작가가 되면 뭘 써도 된다는 식의 글을 쓰곤 하는데, 이 책의 중후반부가 딱 그렇다.
8.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 - 하타케나카 메구미(북스피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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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기담과 추리물에 이어, 이번에는 '지방공무원 분투기'라고 할법한 이야기다. :)
밋밋하다면 밋밋한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익숙하지 않은 회식이나 업무에 적응해가며
결국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딱 힘없는 지방공무원의 모습인 것 같아 내심 공감이 갔다(....)
9. 야행 - 모리미 도미히코(예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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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라는 구도는 이제와선 딱히 새롭지는 않지만, 속도를 조절해가며 풀어내는 솜씨와
정경을 공들여 묘사해내는 문장이 훌륭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을 실제로 읽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이런 문장과 자유로운 발상이 합쳐져서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가 나왔을지, 좀 더 많은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한국소설>
1. 공터에서 - 김훈(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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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도 아니고 우륵도 아니고 인조도 아닌, 천방지추마골피라는 천한 성(사실이라기보단 상징이지만)을
가진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일대기에 김훈은 분과 변과 혈과 누를 덧칠한다. 그를 통해 아버지의 목구멍에
들러붙은 가래섞인 기침과 친구와 먹은 퀴퀴한 뒷골목 짜장면이 역사적 사건보다 더 생생한 색을 띤다.
2. 쇼코의 미소 - 최은영(문학동네), ●●●●●●○○○○
- 이야기 자체보다는 담담하고 서늘하게 그려내는 장면 하나하나와,
무심하니 훅 찔러들어오는 문장 하나하나가 매력이 있었다.
그런 문장들을 읽으면, 내심 납득하지 못한 채 걸려있던 덜거덕거리던 부분들이 누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3. 채식주의자 - 한강(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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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 분명한 사회비판으로 읽으려면 얼마든지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엔 뭔가
미심쩍고 찜찜한 느낌이 남는다. 힘이 흘러넘쳐 날뛰는 이야기임에도 문장 자체는 더없이 서늘하고,
현란함을 넘어 '야하게'까지 느껴지는 색채가 휘몰아친 자리엔 뭔가 허하고 쎄한 마음이 남는다. 뭐였을까.
4. 여수의 사랑 - 한강(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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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들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상처가 깊이깊이 배인 채로 살아가고 있고, 그 상처들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으로까지 이어져 몸의 아픔을 느낄 때마다 상처가 되살아나도록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 내내 두통이나
미열처럼 들러붙어 있던 그 고통은, 단편의 마지막 장면들에 이르러서야 거침없고 격하게 터져나온다.
5. 바깥은 여름 - 김애란(문학동네), ●●●●●●○○○○
- 극적인 이야기 대신 우리 주변의 사건들을 공들여 모아낸 단편들. 김애란의 세심한 눈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야기들이 무엇 하나 같지 않다는 걸 읽어내고, 그녀의 문장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매 순간 마주치는
장면들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읽어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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