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클럽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 ●●●●●●●●◐○
이곳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몇 년간 살면서
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영감 같은 걸 얻게 되었답니다.
. 목사관 살인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마플 양이 등장하는 크리스티 여사의 단편집. 유망한 소설가 레이먼드 웨스트와 역시 유망한 신인화가 조안, 그리고 변호사와 목사에 런던 경시청의 전 총감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이 다들 모인 파티 자리에서 그들은 모임의 여흥으로 진상이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사건들을 풀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레이먼드 웨스트의 이모님으로, 평생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아오셨다는 자그맣고 온화하고 순박해보이는 할머님께도 예의상 한 자리를 내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 작은 호의가 불러온 충격과 공포의 대참사. 그 후로 자리에 있던 이들은 다시는 시골이 평화롭다느니 조용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니, 무척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플 양이 대답했다.
"특히 이렇게 많은 현명한 신사분들이 참석하신다면 더욱 그렇지요. 내가 가장 어리석지나 않을지 사실은 두렵군요. 하지만, 이곳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 몇 년간 살면서 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영감 같은 걸 얻게 되었답니다.
- p. 12. 화요일 밤의 모임.
. 이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크리스티 여사님께서 스스로 꼽은 자신의 작품 Top 10에 항상 들어간다. 열 권 중 하나면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 싶기도 하겠지만, 크리스티의 작품은 장편과 단편집을 합쳐서 80권 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그 중 10권이라면 1/8, 단편을 각기 다른 작품으로 본다면 1/10 안이니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도 마플 양이 단편마다 보여주는 훈훈하지만 뼈를 때리는(....) 위트에, 복잡하거나 기계적인 장치를 이요하는 트릭이 아니라 간명하고 직관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트릭이 많아서 상당히 수준이 높다. 특히 단편 중 '친구'는 트릭에 있어서나 그 섬뜩한 분위기에 있어서나 최상급의 단편이다. 이 단편은 후에 등장인물을 바꿔서 장편 '예고살인'으로 확장되었는데, 예고살인 역시 몇몇 리스트에선 애거서 크리스티의 Top 10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 '피묻은 포도', '익사', '크리스마스의 비극' 같은 단편도 나름의 매력을 갖춘 수작들이다.
"당신도 나를 놀라게 하는군요." 헨리 클리더링 경이 말했다.
런던 경시청의 전 국장이었던 그는 마플 양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난 여기 계신 내 친구 분으로부터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이 항상 범죄와 악으로 들끓는 소굴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데요?"
- p. 142. 친구.
. 이렇듯 화요일 클럽의 살인은 이 단편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단편이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 전체를 놓고 봐도 마플 양과 조카인 레이먼드 웨스트, 절친한 친구인 벤트리 부인, 세대를 거쳐 우정을 쌓아나가는 헨리 클리더링 경 등 세인트 메어리 미드 바깥에 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마플 월드'를 넓혀주는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벤트리 부인은 세인트 메어리 미드의 옆 마을에 살면서 바로 다음 장편인 '서재의 시체'나 몇십 년 후의 장편인 '깨어진 거울'에서 비중있는 역할로 꾸준히 등장하고, 헨리 클리더링 경은 '예고살인'에 등장해 마플 양에게 마플 시리즈 중후반부 시기의 중요한 조력자인 크래독 경감을 소개시켜주는 등, 이후 마플 시리즈를 읽기 위해서는 꼭 거쳐가야 할 작품인 것이다.
"그녀는 관련이 없답니다, 헬리어 양." 마플 양이 대답했다. "그녀는 그저 시골 마을에서 살았던 한 사람 - 그다지 품성이 좋지 않은 한 여성에 불과했답니다."
"오!" 제인이 말했다. "시골에서 살았었군요. 하지만, 시골마을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렇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만일 어떤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면 분명히 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 p. 168.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