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같은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났던 친구와 꽤 친했기에 의아함보다는 반가움이 컸다. 남자 친구에게 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더니 돌아오는 말은 피하고 싶던 현실을 마주 보게 했다.
"5년 만에 연락 왔다고..? 그 친구 결혼하나..?"
에이,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몇 년 만에 날아오는 청첩장인가 싶기도 했지만 처음 1시간 동안은 근황 이야기만 계속됐기에 아닌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워밍업이 끝난 건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결혼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거기서 끝났다면 나는 굳이 결혼식을 가거나 축의금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만나서 제대로 밥 먹으면서 얘기하자"라는 친구의 다음 메시지에 쎄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고 다시 반가움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서 밥을 먹고, 그 친구의 청첩장을 받았다. 밥을 사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5년 전의 추억이 다시 떠오르며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친구의 결혼식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 이변이 생겼다.
하루 확진자가 20만, 30만을 넘어 50만까지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나는 친구의 결혼식을 기다리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나 역시도 결혼을 준비하는 중이었기에 이런 상황은 큰 걱정으로 다가왔고 결국 주변에서 하나둘씩 확진이 되고나도 접촉자가 되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10만 원을 미리 보내며, 결혼식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이 상황에 누구보다 우울하고 힘들어할 친구이기에 길고 긴 위로와 결혼 축하 글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 건강 잘 챙겨' 한 줄이 고작이었다.
그 이후 결혼식을 치른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보통 결혼을 치르고 나면 1달 안에는 찾아와 준 분들과 축의금을 보내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 흔하게 퍼져있는 도리이다. 하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고 결국 또 한 번 쎄한 기운이 올라왔다.
"신혼여행 잘 다녀왔어?"
나의 질문에 친구는 몇 시간 동안 답장이 없었고 그 뒤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와 같은 짧은 답장이 고작이었다. '신혼이라 이것저것 정신없겠다.하나씩 힘내!' 나는 친구에게 또한 번의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이후 돌아오는 답은 없었고 결국 다시는 그 친구와 연락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5년 전의 인연까지 끄집어낼 정도로 결혼식에 데리고 올 숫자가 중요했던 걸까. 아니면 축의금의 액수가 중요했던 걸까.
결국 그 친구의 번호를 지워 왜 그랬는지의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게 되었지만, 화나거나 어이없는 마음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날 중의 하나인 '내 결혼식'인데 굳이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인연까지 연락을 했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