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성격이면 장사하지 말아야죠."
알바하면서 사장님 앞에서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지인을 이야기하며 꺼낸 말이다.
13페이지가 되던 날 드디어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질 않았다.
매출 0원!
아직 나는 홍보가 되지 않았어.
추석 명절 앞이니까 다들 여유가 없는 거야.
필사모집, 재능 기부하면 사람들이 입소문 타고 늘어날 거야.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너무 신뢰했던 걸까?
인스타, 블로그, 당근에 필사를 알리고, 공간대여를 홍보했는데도 조용하다.
공간대여 올리지 마자 문의가 들어오면 어떡하나 고민하던 시간이 가을볕에 바삭거리는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괜찮아...라는 말이 틀리진 않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손님 없는 시간도 빨리 지나간다.
'일희일비 성격이면 장사하지 말아야죠.'
얼마나 잔인한 말이었던가.
그 잔인한 말은 내 입에서 나왔었다.
그 말을 들은 후 알바사장님은 '일비'하는 날이면 일희일비인이 되지 않고자 더 괜찮은 척해야 했을 것이다.
일희일비가 아니라 하루에서 희비가 수없이 반복되는 게 인생인데 돈을 들여 벌여놓은 가게는 주변 가족들의 시선과 가게 앞을 산책하는 이들이 무심코 뱉는 소리에 허탈감에 가속도가 붙는다.
'여기 누가 찾아오겠어?'
'이래 가지고 유지가 될까?'
'집에 돈이 많은가 보지.'
속삭이며 지나치는 말이면 그만이건만 기어이 '잘돼요? 유지는 하겠어요?'라는 말은 난입한 강도나 다름없음을 나도 몰랐다. 그저 같이 염려해 주는 공감형 인간이라 착각한 것이다.
많은 알바를 거치고, 직원으로 일하며 남의 돈 받을 때는 모르는 게 있다.
사장이 되어봐야 사장입장을 안다는 것이다.
남 밑에서 남의 돈 받은 적 없을 때는 모르는 게 있다.
알바가 어떤 마음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막말이라고 썼지만
막다른 곳에 이른 말이라 하고 싶어진다.
해보고 싶지만 망설이다 굳어버린 말
해보고 싶지만 망할까 봐 두려운 말
염려 끝에 달린 여운은 그래 안 하길 잘했어...라는 안도의 말
내가 그랬으니까.
만 말
하다만 말을 하자면
우리는 그럼에도 하고 싶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