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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Oct 11. 2023

가족 캠핑의 계기

 올해 4월, 찬바람이 불던 주말 아침 친구들이 심심하다며 내가 사는 곳에 왔다. 캠퍼인 친구는 텐트와 몇 가지 조리 도구를 챙겨 왔고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쌀쌀한 날씨였기에 난로를 폈고, 따뜻한 라면을 끓여 먹고, 그리고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셨다. 바깥은 추운데 난로덕에 안은 따뜻하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오래 있지 않았지만, 친구가 가져온 텐트 안에서의 시간은 매력적이었고 큰 인상을 남겼다.


 본격적으로 활동적이 된 딸이 있는 우리 가족이 찾고 있던 취미가 캠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날 들었다. 당시 육아에 지친 우리 부부와 늘 새롭고 흥미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딸에게 캠핑이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우리는 맞는 선택인지 고민을 시작했다.





캠핑을 준비하며 우리는 이런 것들을 기대했다.


 모험. 자연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 들은 도시, 호텔/리조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모험들로 우리 삶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상쇄하고,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자극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산, 숲, 바다에서의 시간들은 우리 가족을 즐겁게도 하고 때로는 어렵게도 하는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선 만날 수 없는 모험들이 있었고, 또 다른 멋진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야기. 혜원이와 나는 육아에 지쳐있었고, 대화할 시간은 줄고 있었고, 캠프사이트에서는 우리를 위한 많은 시간과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갑자기 육아의 양과 난이도가 줄어들고 우리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만, 지금생각해 보면 미디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캠프 사이트의 밤 묘사가 우리를 모닥불 앞에서 밤새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캠프사이트에서의 여러 밤이 있었다. 어떤 밤은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쳐있는 상태로 아이를 재우며 함께 잠이 들기도 했고. 어떤 밤은 아이를 재우고 밖에 나와 의자에 앉아 모닥불 앞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지친 채로 잠이 드는 밤들은 줄고 있고 여러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늘고 있다.


 맛. 우리 딸은 잘 먹는 아이는 아니다. 잘 먹을 때가 있고, 안 먹을 때도 있는데 후자의 비율이 컸다. 밖에서 먹는 밥은 늘 맛있기에, 우리 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길 기대했다.

 다행히도 집에서의 식사보다 잘 먹는다. 똑같이 잘 먹지 않을 때도 있지만 잘 먹는 일이 잦아졌다. 집에서의 루틴 한 메뉴들보다 좀 더 특별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메뉴들이 많은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감안하더라도 더 잘 먹는 딸이다.


 자연. 도시에서의 생활은 단조로울 수 있다. 어린이집, 집, 키즈카페 등이 루틴 한 활동들인데, 새로운 자극은 빈번하지 않고 자연과는 거리가 있다. 자연 속에서 식물들, 동물들, 날씨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했다.

 딸은 캠프사이트에서 계절별로 피는 꽃들과, 나무, 풀들을 관찰하고 산책하길 무척 좋아한다. 낙엽을 줍고, 버섯을 보고 도토리와 돌멩이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온다. 해가 뜰 때는 더위를, 해가 지고 나선 선선함을, 비가 올 땐 습도를, 바람이 불 땐 추위를 느끼기도 한다. 한 곳에 2~3일 있다 보면 익숙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데 그런 기색은 없다. 딸은 캠프사이트에서의 매일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고, 집에 오면 늘 언제 또 캠핑하러 가냐고 묻는다.

 


 함께하는 시간. 사이트에 도착해서 준비할 때,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정리할 때, 많은 산책들과 놀이들, 잘 때와 일어나 있을 때의 모든 시간들을 가족이 모두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프사이트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들은 하루를 더 길게 느끼게 해 주었고, 서로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루의 모든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매력은 크게 다가왔다.




이런 것들은 걱정이었다.


 더위와 추위. 한여름에도 캠프사이트 예약이 어려운 걸 보고, 자연 속은 덥지 않거나 더위를 잊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상은 틀렸고 더위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30도를 넘기는 기후에는 캠핑을 하지 않는다. 겨울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 난로와 높은 필파워의 침낭으로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눈 내리는 날의 캠핑은 더없이 매력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이가 있고 혜원이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엔 집 근처 캠프사이트에서 혼자 나가볼 계획이다.


 곤충. 아이가 자연과 친해지길 바라고 나도 자연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기 바라지만 곤충들과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혜원이도 이 부분에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온 가족의 걱정이었다. 그래도 자주 접하다 보면 친해지긴 어려워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했다.

 틀렸다. 여름에 나가지 않는 굵직한 이유 중 하나이다.


 아이의 잠자리. 딸 침대가 없는 곳에서, 특히 야외에서 잠들어본 적이 없었다. 밤잠과 낮잠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막한 부분이었다.

 밤잠의 경우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모든 시간을 노는 데 사용하게 되는 캠프사이트의 하루는 아이를 피로하게 했고 매일밤 금방 잠들 수 있었다. 자는 동안에도 깨지 않고 잘 자는 딸이다. 낮잠의 경우엔 경우가 조금 다른데, 텐트밖에 흥미로운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좀처럼 낮잠을 안 자려고 한다.

 

 우리의 잠자리. 나는 잠자리를 많이 가려 친구집, 리조트, 호텔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편이다. 국내외 많은 출장을 다녔는데, 출장지에서도 잠자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곤 했다. 따라서 야외에서의 잠자리에 적응하는 데에는 더 많은 어려움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맞았고 나는 아직도 캠핑 중 쉽게 잠들지 못하고, 푹 잠들지 못하고, 오래 잠들지 못한다. 다음날이 피곤하진 않다. 신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둘째 날, 셋째 날은 밀린 피로로 숙면을 취하는 편이다.


 트렁크 크기. 우리 가족은 중형 세단을 가지고 있고 트렁크의 용량은 510L 다. 바깥 생활을 위한 많은 짐들이 우리 차 트렁크에 모두 적재될지 우려스러웠다. 시작은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 SUV를 사게 될 거라는 친구의 의견이 있었는데, 차는 바꾸고 싶지 않았다. SUV보다 세단을 선호했고, 좋은 연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 캠핑을 위한 짐정리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트렁크는 질서 없이 가득 찼고, 우리 가족이 앉는 공간 이외의 모든 공간은 짐으로 가득 찼다. 사이드 미러가 겨우 보일 수 있는 수준이었고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이후 캠핑을 다니며 정리하는 스킬이 향상되었고 공간을 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모든 장비는 적재를 염두하여 패킹사이즈가 작은 것들로 준비했고, 이제는 겨울을 위한 난로와 등유통까지 넣고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4월부터 우리 가족은 빠르게 아웃도어 생활에 젖어들었고,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시작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여러 번이었고, 후회의 순간은 아직 없었다. 캠핑이 거듭될수록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순간들이 생겼고, 고려하지 않았던 우려들도 생겨난다. 가족 모두 순조롭게 적응한 덕에, 예기치 않은 멋진 순간들을 즐길 줄 알고 새롭게 생겨나는 걱정들은 적절하게 해소하고 있다.


 어떤 시간들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지 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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