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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 Dec 12. 2023

독특한 기온 12월 초 바닷가 캠핑

인천 송도 국제 캠핑장

 12월 8일부터 9일까지 1박 2일 동안 나는 인천 송도 국제 캠핑장 B구역에 있었다. 12월 기온에 안 맞게 일기예보는 최고 17도, 최저 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온이 그렇더라도 12월인데, 겨울인데 춥겠지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전혀 춥지 않았던 이틀이었다.


 바람도 예보되어 있었다. 11월에 이곳에 올 때 유난히 그날만 강풍이 예보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도였다. 3일 전부터 그날의 풍속을 확인할 수 있었고, 예보된 풍속은 최소 6m/s, 최대 8m/s이었다. 최대 풍속이 지난번의 최대를 넘지 않아서 취소하지 않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기온이 높아도 바람이 있어 미세먼지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심각했다.


 미세먼지로 우리 가족은 당일에 일정을 취소하고자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일찍 퇴근하여 계획대로 피칭은 하되, 딸을 하원시켜 모두 집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보낸 후 딸이 잠든 뒤 나만 캠프사이트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육아퇴근한 후 캠프사이트에 도착한 시간은 9시 정도였다.

 

 예보와 달리 강풍은 없었다. 덕분에 모닥불을 피우고 가스랜턴을 매달아 그 밑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은은한 가스랜턴의 불빛과 옆에서 타고 있는 모닥불은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덕분에 장작을 모두 태울 때까지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인센스 스틱을 챙겨 왔다.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과 적당한 연기가 맘에 들었다. 향은 내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아 다른 스틱을 찾아봐야겠지만, 어떤 향을 찾아봐야 할지 또는 어떻게 사용할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스틱이 타는 동안 옆에 가스랜턴을 두고, 사진들을 편집했다. 기온은 높았지만 그래도 겨울이라 밤에는 추웠는데, 난로를 켜고 침낭 안에 들어와 사진작업, 연기구경,  잡생각을 반복했다. 인센스 스틱 때문에 약간의 제사 바이브도 있었다. 나는 겨울캠핑이 더 취향이라고 생각하다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준비했다. 실수로 드리퍼를 엎어 갈아놓은 원두가 쏟아졌다. 쏟아진 원두를 다시 담는 과정에서 손실이 꽤 발생했을 텐데, 농도가 딱 좋은 게 여전히 원두를 얼마나 갈아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과정 모두가 여전히 즐거웠다.


 요즘 부쩍 카메라를 눈높이보다 높이 들고 수직으로 찍는 사진들이 많아졌다. 암만 높이 들어도 원하는 화각이 나오지 않고 피사체들이 의도보다 프레임에 꽉 찬다. 아마도 35mm 단렌즈보다 더 넓은 화각의 렌즈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커피를 마시는데 손님이 왔다. 쉘터 안으로 들어오진 않고 주위를 맴도는 고양이였다. 캠프 사이트를 다니다 보면 고양이들은 쉽게 볼 수 있는데, 내가 있는 곳 가까이 온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반갑기도 했고 호기심도 생겨 밖으로 나가 잠시 인사했다. 한참 동안 나를 빤히 본 후 관심이 전혀 없다는 듯이 갈길을 가는 고양이었다. 한참 멀어져 가는 고양이를 보다 들어와 난로 옆에 앉았다. 이튿날 아침도 전혀 춥지 않아 난로를 끄고 겉옷을 벗고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그 정도로 춥지 않은 아침이었다.  





 혜원이와 딸이 밤이 되면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접근성 좋은 곳에 위치한 캠프사이트 덕에 나는 자주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에 오는 것은 새로운 환경과 경험에 대한 기대를 주진 않는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늘 필요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이달 20일 오전 11시에 사무실 모두를 붙들고 B구역 예약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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