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파이브이모션
여름의 힘은 빠졌지만, 가을이라기엔 충분히 선선하지 않았던 올해 추석 연휴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3박 4일 우리 가족은 용인 파이브이모션 D존에 있었다. 최저기온은 15도로 가을이 시작됨을 알 수 있는 기온이었고, 최고기온은 27도로 아직 여름이 끝나지는 않음을 느낄 수 있는 기온이었다. 추석은 가족 명절이기에, 우리는 이번 캠핑에서 부모님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 보낼 계획을 했고 다행히 그럴 수 있었다.
새로운 캠프 사이트는 새로움으로 인한 설렘과 함께 생소함으로 인한 걱정을 수반한다. 익숙한 곳에 가면 새로움은 없지만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어 걱정을 덜게 된다. 용인 파이브이모션에 갈 때마다 우리 가족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몇 번 와본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운영하시는 분들의 따뜻함 덕분이기도 하다.
캠프사이트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더 특별하다.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아웃도어에서의 대화, 식사, 커피가 주는 특별한 느낌을 즐거워하시는 부모님을 보는 건 나에게도 즐거운 일이다.
이곳에 오실 때 부모님은 고구마, 밤 등을 가지고 오셨는고, 화로대에 플레이트를 올려 그것들을 구워 먹었다. 캠핑을 하며 한 번도 준비해보지 않은 종류의 것들이라 새롭고 재밌었다. 나와 혜원이는 계절별로 나는 제철 과일, 채소 등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부모님들께서 어떤 건 언제 맛있고 언제부턴 맛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해 주실 때마다 신기하고 흥미로워한다. 또 한편으론 우리도 언젠가 딸에게 이런 것들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님들도 처음부터 이런 정보들을 아신건 아니었겠지만 지금 내 나이엔 당연히 알고 계셨을 듯.
캠프사이트에서 우리 가족 아침식사는 언제나 간단했다. 커피를 내려 준비해 온 빵을 조금 먹거나, 딸만 식사를 따로 준비하고 혜원이와 나는 먹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캠핑은 웬일인지, 혜원이가 아침에 토스트를 해 먹자며 잔뜩 준비해 왔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이기 때문이었는지, 토스트를 만들기 위해 준비된 조리도구와 식자재는 많았고 정신없었다. 혜원이와 함께 토스트와 커피를 준비했고, 토스트를 만드는 과정도 커피를 내리는 과정도 즐거웠다. 캠핑의 장점 중 하나는 모든 준비과정과 정리과정의 시간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캠프사이트의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며, 그 시간들을 통해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커피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었던 내가 캠프사이트에서 아침마다 내리는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딸은 늘 본인의 작은 손으로 그라인더 손잡이를 잡고 힘주어 원두를 간다. 혜원이는 물 끓일 주전자와 버너를 준비한다. 작은 준비과정에도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 내리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전반적인 과정을 우리가 직접 한다는 것도 있다. 그라인더로 원두를 직접 갈고, 주전자에 물을 끓여 드리퍼에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 전자장비가 사용되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대부분이 수작업이며 그럴듯한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낸다. 매번 전날 쉽게 잠들지 못해 둘째 날 아침은 늘 피로한 편인데 나를 깨워주는 역할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낸다는 부분이 이 과정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곳은 더 이상 수목원이 아니지만 조경관리는 계속되고 있기에 산속 곳곳에 멋진 정원이 있다. 아이와 함께 산책하기 좋은 환경이며 우리 딸은 이곳에 올 계획이 생기면 산책할 생각에 들뜨곤 한다. 숲 또는 산엔 도시보다 계절이 먼저 도착해 있기 때문에, 정원 곳곳엔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낙엽들이 있었다. 딸은 낙엽과 도토리를 주우며 한참을 놀았다. 커서도 예쁜 낙엽과 꽃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딸이 놀 때면 무엇을 하고 노는 건지, 어떤 부분이 즐거운 건지, 즐거움이 재미로 인함인지 호기심으로 인함인지 등이 궁금하다. 대부분의 생각들에 계산이 있고 논리가 있는 어른의 시선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에 늘 딸 행동의 이유와 생각들이 궁금하다. 딸의 행동은 엉뚱하고 재밌는 이유들과 생각들을 기반으로 할 것 같아 보여 늘 궁금한 것 같다. 엉뚱하고 재밌는 이유들로 인한 행동들은 딸이 커가며 점차 줄어들 것이므로, 언제나 딸을 관찰하며 이 순간들을 놓치지 않아 언제고 되돌아보고자 하면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도록 기억하고 싶다.
새벽에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렸고 숲은 습해졌다. 장작에 불이 잘 붙지 않아 모닥불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마저도 즐거운 건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한 입문자이기 때문일 수 있겠다. 습기를 머금은 장작에 결국 불을 붙이고 나면 작은 성취감이 있었는데, 이날은 결국 실패하고 자력으로 불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장작에 수분이 스며든 모양이었다. 다행히 화로대 옆에 써큘레이터를 틀어 모닥불 형태는 갖출 수 있었다.
3박 4일의 캠핑은 처음이었다. 계획하며 너무 길지는 않을지, 집에 오고 싶지는 않을지, 집에 와야만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들을 했다. 여러 걱정들이 무색하게, 캠프사이트에서의 시간들은 금세 지나갔고 전보다 길었던 일정에도 마지막 날 밤은 금방 왔다. 우리 가족은 장인 장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또 다른 특별한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짐정리를 하고 있을 때 딸은 색칠놀이를, 혜원이는 딸 식사준비를 했다. 티타늄 식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직접 가열하여 음식을 조리하거나 덥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준비해 온 딸의 음식을 조리할 때 자주 티타늄 시에라 컵을 직접 가열하여 조리한다. 이 캠핑의 마지막 날 아침도 그랬다. 또 언제나처럼 난로 안에 남은 연료를 소비하기 위해 텐트 밖에서 최대 출력 틀어두었다.
캠프사이트에 도착해 머물 공간을 준비할 때, 급하게 하는 바람에 용품들의 파우치 또는 보관함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지 못한 경우 철수의 과정이 어려워진다. 반대의 경우엔 굉장히 수월해지는데, 우리 가족의 캠프사이트 철수는 점점 수월해지고 있었고, 이번 캠핑은 어디에 둔지 몰라 한참을 찾아야 하는 파우치는 없었다.
익숙하고 포근한 숲에서의 캠핑은 무척 즐거웠다. 숲, 산에서의 경험들과 부모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행복했다. 새로운 취미를 캠핑으로 결정 한 선택은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일상에서 딸은 종종 다음 캠핑은 언제냐고 묻는데 그 질문이 반갑다. 다음 캠핑에서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경험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을 계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