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산너미 목장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우리 가족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산너미 목장에서의 캠핑을 계획했다. 산 중턱에 있는 이곳은 흑염소들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자연 친화적이고 산악구름이 걸쳐있는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계획대로 우리 가족은 15일 평창에 도착했다. 하루하루 밀리고 있던 삼일 동안의 비예보는 하필 우리 계획인 15일부터 17일에 걸치게 되었고 하늘은 맑지 않았다. 사이트를 골라 준비를 하는 동안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즈음부터 비가 시작되었다. 굵지 않은 이슬비였다. 끝나지 않은 여름 덕에 춥지는 않아 우비를 입고 캠프사이트를 산책했다. 물 웅덩이마다 들어가 뛰며 장난치는 딸을 말리다, 나도 들어가 함께 놀았다. 지금도 종종 그때 찍은 영상을 보는데, 볼 때마다 행복해지는 좋은 영상이다. 디카로 촬영한 것도 아니고 멋진 뷰가 단긴 것도 아닌 영상인데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영상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곳에서 비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에서 놀며 찍은 영상이다.
밤사이 한두 시간 간격으로 비가 거세졌다 잦아들곤 했다. 텐트 안에서의 빗소리는 익숙하지 않았고 걱정이 되어 잠시 나가보았는데 다행히 소리의 크기만큼 심한 비는 아니었다. 빗소리로 잠에서 깰 때마다 시간별 예보를 보며 다음날의 스케줄을 고민했다.
산 중턱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며 보는 광경은 멋졌다. 선명하고 또렷했던 산등성이와 곳곳에 걸쳐있는 산악구름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았지만, 곧 또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근처의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육십 마지기를 포기하고, 아쉽지만 우리 가족은 캠프 사이트 안을 산책했다.
이곳에 오기 전 비예보가 있었기에 우리는 부침개를 준비하기로 했다. 비가 오는 산속에서의 부침개는 이번 캠핑을 더 즐겁게 해주는 요소였다. 맛은 평소보다 더했고, 준비 과정도 즐거웠다. 식사하며 우리는 일기 예보를 여러 번 확인했다. 예보에는 그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많은 비가 예정되어 있었고, 우리는 하루 이른 철수를 결정했다. 집에서 멀기도 하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온 캠핑이었기에 아쉬움이 컸지만, 예정된 강수량은 우리가 감당하기엔 많았다.
식사를 마칠 때 즘 해가 떴다. 많은 비가 예정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예보가 모두 틀린 건 아닐지 생각하게 하는 쨍한 해였다. 포기한 트레킹을 가도 될 것 같았고, 산속에서 멋진 하루를 더 보내도 될 것 같았다. 잠시 고민했지만, 그때 뜬 해를 우리 텐트를 말려주고 효율적인 정리를 도와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리를 시작했다. 덕분에 전날부터 몇 분 전까지 계속된 비는 모두 말랐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모든 짐을 펼쳐 건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짐정리를 하며 우리가 떠난 후에도 이 좋은 날씨가 계속되면 아쉬워서 어쩌나 하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짐정리를 모두 마치고 놓고 가는 것은 없는지 머물렀던 곳을 한 바퀴 돌며 바닥을 살피던 중 비가 디시 오기 시작했다. 쨍한 해가 채 지기도 전에 시작된 비였고, 곧 해도 져갔다. 2박 3일의 계획은 하루 줄어 1박 2일로 실행되었고 우리 가족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산너미 목장은 꽤 오래전 예약한 곳으로 여름 내내 기대했고, 9월 15일이 다가올수록 설레었다. 2일 동안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남은 하루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캠핑이었다. 많은 매력을 느낀 곳이기 때문에 곧 다시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